트럼프 떠난 APEC 시진핑 꿰찼네…"경제 리더십 전환 시사"

트럼프, 미중 정상회담 직후 출국해 백악관서 핼러윈 행사
시진핑, APEC 정상회의서 "다자주의 수호" 강조

트럼프 시진핑 부산 정상회담. 2025.10.30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 부산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귀국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이륙했다. 같은 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탄 훙치 N701 리무진은 80km 떨어진 경주로 출발했다.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하고 미국에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핼러윈 기념행사에 참석해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줬다. 시 주석은 31일 개막한 APEC 회의에서 참가국 정상과 경제인들에게 '다자주의 수호'를 강조했다.

미중 정상의 극명하게 갈린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의 부재를 틈타 역내 패권 강화를 노리는 중국의 대립을 여실히 보여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 에어포스원이 미중 정상회담 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모습. 2025.10.30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경제 리더십의 전환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들이 모인 곳이자 트럼프 관세로 주요 공급망이 흔들린 아시아태평양에서 주도권 경쟁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APEC 정상회의 연설에서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해 국제 경제와 무역 규칙을 개정하고 개발도상국들의 합법적 권익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시 메이스 미국 APEC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진 않았지만 미국이 '강하고 견고한 참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세계 각국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은 상황에서 미국이 1989년 설립을 지원한 APEC 정상회의를 끝내 외면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는 앞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가서 몇 건의 무역 합의를 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미국의 무역 장벽을 지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은 리창 총리 주도로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서명하고, 다자간 무역 체계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주장을 재차 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훙치 N701이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로 이동하고 있다. 2025.10.3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중국이 APEC과 아세안 정상회의 모두에 적극 참석하고 나선 건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 구축에 투자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순 스팀슨 센터 동아시아프로그램 공동 소장은 "중국의 일관된 참석에 비해 미국은 선택적이고 조건적으로 구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미국이 보호주의에 빠져든 사이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적 지배력 행사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남반구 프로젝트 기구의 에릭 올랜더 창립자는 "무역 확대, 인프라·공급망 개발로 지역을 중국 경제에 묶어두는 전략"이라며 "결국 대중 경제 의존을 벗어나는 게 아예 불가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