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금 1온스 4200달러도 뚫었다…광풍 혹은 붕괴 전조
금융붕괴 및 화폐가치 절하 공포…중앙은행들 탈달러화도 배경
과열 따른 거품 경고도 확산…"갑자기 매도세 휘말릴 수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 금값이 15일 아시아 시장에서 온스당 4200달러까지 뚫고 올라가면서 얼마나 지속될지 혹은 언제 멈출 것인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과 더불어 개인 투자자들(개미)까지 금 매입에 대거 뛰어들면서 '광풍'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시장 내부에서는 금값 랠리의 주요 동인을 '금융 붕괴에 대한 공포'에서 찾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과열된 투자 심리가 거품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FT가 인용한 전문가들 발언을 종합하면 최근 금값 랠리는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방어)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치솟는 금값은 금융 붕괴 공포, 미국 부채와 통화가치 절하 우려, 중앙은행의 탈(脫) 달러화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세계금협회(WGC)의 데이비드 타이트 최고경영자는 금값 상승의 가장 큰 동인을 "일종의 금융 붕괴에 대한 내재된 두려움, 즉 재정적 아마겟돈과 통제 불능의 부채 시나리오에 대한 공포"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막대한 부채에 결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며 화폐가치 절하에 베팅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채권 가치의 하락에 대비해 금을 헤지수단으로 매입하는 것이다.
또 2022년부터 이어진 개발도상국 중앙은행들의 기록적인 금 매입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전략적 자산 다변화 움직임의 결과이기도 하다.
천정부지로 오른 금값의 거품 붕괴 경고도 끊이지 않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매달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는 최근 조사에서 금 강세 베팅은 미국 주요 IT 기업들을 묶은 매그니피센트 세븐(M7) 기술주 다음으로 가장 혼잡한(crowded) 거래로 꼽혔다.
너무 많은 돈이 몰린 만큼 시장이 반대로 움직일 때 동시다발적으로 돈이 빠지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표로도 현재 금값은 200일 이동평균선 대비 20% 높은 상태로 과거 금값이 이 같은 수준에 도달한 직후 20~33% 하락했던 전례가 있다고 BoA는 지적했다.
그동안 금을 사들였던 큰손 중앙은행들이 가격 급등에 따라 금을 매도할 가능성도 있다. 금값 급등에 따라 보유 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목표를 초과한 경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 금을 팔아 치울 수 있다.
WGC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제외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6월 말 기준 금 보유량은 2만9998.4톤이다. 현재 가치로 보면 3조9300억 달러로 7월 말 기준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액 3조9200억 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금값이 거품 영역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간단하지는 않다고 FT는 설명했다. 회사 주식과 달리 금은 원가 대비 측정할 수 있는 이익이나 현금을 창출하지 않는다. 또 채권과 달리 다른 자산의 수익률과 비교할 수 있는 이자도 주지 않는다.
금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투자 종료 시점을 정하거나 자산군의 과열 정도도 측정하기 어렵고 과거 과열을 판단했던 기준도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들어졌다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실질금리와 금의 전통적 역상관이 깨지면서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안전수요가 압도적으로 금값을 끌어 올렸다고 FT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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