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연준 흔들기, 10년간 물가 7%p 더 끌어올린다"
英이코노미스트, 과거 닉슨의 금리인하 압력과 비교한 연구 소개
"쿡 이사 해임에도 '타코' 예상한 시장 무반응…자칫 트럼프 폭주 부를 수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리사 쿡 이사 해임을 시도하며 연준의 독립성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연준에 행사한 정치적 압력의 절반만 6개월간 지속돼도, 10년간 물가가 7%포인트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0일자 최신호에서 '트럼프가 연준과의 전쟁으로 끼칠 수 있는 심각한 피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같은 분석을 인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정치화가 불러올 위험을 경고하며, 닉슨 대통령이 1972년 대선을 앞두고 금리 인하를 압박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인용한 메릴랜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닉슨이 연준에 가한 정치적 압력을 현재의 연준에 절반 수준으로 6개월간 지속할 경우, 10년 동안 물가가 7%포인트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치적 압력이 없는 상황에서 10년간 물가가 20%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닉슨 시절의 절반 수준 압력이 6개월간 가해지면 물가가 27%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트럼프의 압박이 닉슨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강력하다는 점이다. 리사 쿡 이사의 해임 발표 이후 금융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위험을 키우는 요소로 지적됐다.
당장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지 않은 것은 트럼프가 결국 겁을 먹고 물러날 것이라는 기대감, 즉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징벌적 반응이 없다면, 트럼프는 저항을 느끼지 못하고 연준 장악 시도를 계속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트럼프는 오랜 관행처럼 굳어진 연준의 독립성을 이미 흔들었으며, 연준 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화당 내부에서 지속된다면 통화정책의 정치화는 피할 수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훼손된 연준이 신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에 달하며, 정부 부채는 GDP의 100% 수준이다.
막대한 부채 압박 속에서 연준마저 물가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 매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이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게시글 몇 개만으로도 흔들릴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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