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구글 크롬 46조원 인수 의향서 보내

퍼플렉시티 밸류 2배 육박…법원 반독점 시정 조치 앞둔 전략적 행보

인공지능(AI) 기반 검색엔진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로고. 2025.06.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구글의 웹브라우저 크롬을 345억달러(약46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의향서를 보냈다. 미국 법원이 구글의 검색 독점에 대한 시정 조치를 결정하기 직전에 나온 파격적 제안이라는 평가다. 또 AI 시대의 브라우저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퍼플렉시티는 구글의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의향서에서 "크롬을 독립적이고 소비자 중심적인 운영 주체에게 넘기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퍼플렉시티는 "크롬을 잘 운영할 수 있으며 누구보다도 좋은 관리자가 될 것"이라며 인수금액으로 345억달러를 제안했다.

흥미로운 점은 퍼플렉시티의 기업가치 평가액이 18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인수 제안액은 퍼플렉시티 밸류에이션의 2배에 육박한다. AFP에 따르면 인수 자금은 복수의 벤처캐피털 펀드가 전액 현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는데 구체적 투자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분석가들은 퍼플렉시티의 제안이 크롬의 실제 가치에 비해 낮다고 평가한다. 크롬의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에서 수천억 달러까지 다양하게 추정되는데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사모펀드 등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퍼플렉시티의 제안은 단순한 인수 시도라기보다 법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미국 법무부는 구글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연방법원은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 지위를 유지해왔다고 판결했으며, 이에 따라 법무부는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이달 말까지 구체적 시정조치를 결정할 예정으로 크롬 매각이 이러한 조치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크롬 분할에 대해 "혁신을 저해해 사용자 경험이 악화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크롬 매각이 사용자 데이터 보안에 위협이 되고 지식재산권을 무상으로 넘기라는 요구와 같다고 구글은 강조한다.

구글은 법원의 시정 조치에 대해 항소할 예정이며, 크롬 매각이 실제로 이루어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구글은 대신 애플 등과의 독점 계약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크롬은 단순한 브라우저가 아니라, 오픈소스 플랫폼인 크로미움을 기반으로 수많은 브라우저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롬 매각은 AI 시대의 브라우저 패권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 챗GPT 등 경쟁업체들이 사용자 질문에 응답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가져오는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크롬이 매각되면 그 입지는 더욱 약해질 수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