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해임 임박설에도 뉴욕증시 절제된 반응…"타코 내성 생겼다"

관세 폭락장과 확연히 다른 흐름…'정치적 탐색전' 간주해 실물 충격 제한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1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화면으로 중계되는 가운데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6.18 ⓒ 로이터=뉴스1 ⓒ News1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의 해임이 현실화할 위험성이 부각됐음에도 뉴욕 금융시장이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해임 관련 서한 초안까지 작성했다는 보도에도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장중 낙폭이 1% 미만으로 제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 파월 해임을 부인한 이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올 들어 9번째 신고점 기록을 세웠다.

트럼프가 구체적 관세 정책을 처음 발표했을 때 시장이 폭락했던 것과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가 예상보다 높은 관세를 처음 구체적으로 공개한 이후 며칠 만에 증시는 약세장(고점 대비 20% 하락)으로 추락했고 결국 트럼프가 관세를 90일 유예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관세 정책 이후 월가에는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후퇴한다(TACO, 타코)'는 유행어를 신봉하는 분위기다. 타코 학습력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다.

오락 가락하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투자자들은 이미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내성이 생겼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코페이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칼 샤모타는 로이터에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은 정치적 상황을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파월 해임이 제도적 충격은 될 수 있지만, 관세처럼 실물경제에 즉각적인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정치적 탐색전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뉴욕 맥쿼리의 글로벌 외환 및 금리 전략가인 티에리 위즈먼은 "시험용 풍선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증시가 파월 해임 위험에 제한적으로 반응한 것은 파월 축출이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수도 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 소스닉은 로이터에 "연준이 독립성을 잃는 것보다 금리가 낮아지는 것을 더 좋아하는 트레이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한적 반응이지만 일종의 작은 발작(미니 탠트럼)은 파월이 축출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연준 독립성을 계속해서 위협하면 투자자들은 달러 표시 자산을 줄이며 미국 자본시장의 대탈출이 발생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슈왑 금융 연구 센터의 수석 채권 전략가인 캐시 존스는 마켓워치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개입하려는 모습조차 금융 시장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트럼프가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법적으로 파월을 해임할 권한을 행사하기 극히 힘들지만 해임하더라도 금리 인하는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캐피톨 증권 관리의 수석 경제 전략가인 켄트 엥겔케는 마켓워치에 "연준 의장은 본질적으로 전체 중앙은행의 '대변인' 역할을 하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합의된 견해를 전달한다"며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하려면 자신의 뜻에 반하는 FOMC의 다른 위원도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