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발표 후 달러 더 취약해져…제2의 플라자합의 없다"

전직 일본 재무성 최고 외환책임자 로이터 인터뷰
"중국, 유럽 동의 필요해 의도적 환율 압박 힘들다"

미국과의 환율 관련 협상을 맡은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2024.11.11.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이 미국의 의도적 엔화 강세 압력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고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도 작다고 전직 일본 최고 외환책임자가 평가했다.

미국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 독일 등 주요국들과 1985년 플라자 합의를 맺고 미국 달러 약세와 다른 주요국 통화의 강세를 유도한 바 있다.

재무성에서 최고외환책임자를 지냈던 아사카와 마사츠구는 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4월 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후 달러가 매도압력에 더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아사카와는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가속하는데 이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잘 알고 있는 위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무역 협상의 맥락에서 베선트와 가쓰노부가토 일본 재무상 사이에 환율 문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사카와는 미국 달러 약세를 유도했던 1985년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환율 조율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중국과 유럽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제2의 플라자 협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제부 재무 차관을 지낸 아사카와는 도널드 트럼프의 첫 대통령 임기 중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의 대미 무역 및 통화 협상에 깊이 관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사카와는 트럼프의 첫 대통령 임기 동안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를 설득해 환율 문제를 재무장관에게 맡기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환율 문제는 재무부 수장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미국 행정부 내에 자리 잡았다고 그는 말했다.

가토 일본 재무상은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4월 첫 번째 대면 회담에서 환율 목표 설정이나 엔화를 통제하기 위한 프레임워크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올 상반기 거의 11% 떨어져 1973년 이후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올해 달러는 엔화 대비 7.5% 떨어졌다.

아사카와는 미일 무역협상과 관련해 트럼프가 자동차 관세에 대한 일본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통보한 일본 관세는 25%로 처음 공개됐던 24%보다 높아졌다.

아사카와는 일본이 대미 투자확대,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 검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기여 등 여러 협상카드를 점진적으로 제시하는 대신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