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붙여넣기' 트럼프 관세서한…각국 대미 협상 상황은?

참의원 선거 앞둔 日, 쌀·車 이견 두드러져…인니·태국 등, 美제품 구매 확대 주력
'中 밀접'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 관세율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고관세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관세 관련 서명 서한을 공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불행히도 우리 관계는 상호적이지 않았다"면서 "2025년 8월 1일부터, 우리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품목별 관세와 별도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 이라고 밝혔다. 2025.7.8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발송한 관세 서한들의 첫번째 타깃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다.

미국과의 무역 흑자가 많은 일본(685억 달러), 한국(660억 달러), 태국(456억 달러), 인도네시아(179억 달러) 등 주로 교역량이 많은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포함한 14개국에 낮게는 25%에서 높게는 40%에 이르는 상호관세율을 통보했는데, 관세율만 다를 뿐 서한들의 내용은 단어 하나하나까지 똑같이 복사해 붙여넣는 것처럼 동일했다.

다만 동일한 내용의 서한을 받았더라도 각국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세계적 조선업 강국인 한국은 25% 관세 인상에 직면했지만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AFP통신은 평가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미국 산업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일본은 4월 처음 관세율 24%보다 높은 25%를 통보받았는데 쌀과 자동차 부문에서 이견이 첨예하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8일 긴급 각료회의에서 트럼프 서한에서 명시된 관세에 대해 "진정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회의에서 미국과 협상 타결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일본 정부가 쉽게 타협하지 않고 요구할 것은 단호하게 요구하고 보호할 것은 보호하며 엄격한 협상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AFP는 전했다.

트럼프는 일본이 미국산 쌀과 자동차에 대한 시장 개방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7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이시바 총리로서는 쌀 수입 문제는 현지 농민의 이익 보호라는 측면에서 양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AFP는 평가했다.

인도네시아는 관세 32%에 직면했고 미국산 밀과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합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인도네시아는 민간 차원에서 향후 5년간 매년 최소 100만 톤(12억5000만 달러)의 미국산 밀을 수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동남아에서 중국과 관계가 깊은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는 36%, 40%, 40%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다. 캄보디아는 소고기, 유제품, 위스키, 오토바이 등 19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5%로 인하하겠다고 제안했고 이에 미국은 캄보디아 관세를 4월 49%에서 이번에 36%로 낮췄다.

반면 미얀마와 라오스 관세는 44%, 48%에서 각각 40%로 낮아졌지만 캄보디아보다 높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와 라오스 경제가 중국 투자에 크게 의존하며 양국 공급망은 중국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각각 36%, 25% 관세를 통보받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태국 총리 대행은 8일 기자들에게 "더 나은 거래"를 원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은 미국 농산물과 공산품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에너지 구매를 확대하며 보잉 항공기 주문을 최대 80대로 늘리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태국 재무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미 무역흑자를 5년 안에 70%까지 줄여 7~8년 안에 균형을 맞추겠다는 목표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무역부는 "균형 잡히고 상호 이익이 되며 포괄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글라데시는 관세 35%를 받았는데 미국산 밀, 면화, 석유 수입을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이외에 카자흐스탄(25%), 남아프리카공화국(30%), 튀니지(25%), 세르비아(35%), 보스니아(30%)도 트럼프로부터 관세 통보 서한을 받았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