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불안에 러시아 루블 날개…이머징 옥석 가리기

슈로더 "러 국채 매수 확대 vs 남아공 비중 축소"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해야겠다. 남아공의 정치 불안으로 같은 이머징이라도 남아공보다 러시아가 캐리 트레이더들 사이에 인기다. 미국의 긴축에도 신흥시장에 대한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옥석 가리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 남아공 재무장관 해임설…랜드 급락, 루블 반사익

러시아 루블과 남아공 랜드는 지난주에만 해도 모두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투자 매력을 발산했다. 하지만 남아공의 주마 대통령이 친시장 재무장관 해임을 계획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일제히 랜드화를 버렸다.

3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슈로더투자관리와 소시에테제네랄 보고서는 '남아공 랜드에서 달아난 캐리 트레이더들이 자금을 이동할 곳을 찾는다면 다음 타깃은 러시아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포닉스 칼렌 소시에테제네랄 이머징마켓전략 디렉터는 "투자자들이 어느 때보다 수익에 굶주렸다"며 "분명하게 루블이 랜드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리로 달러를 빌려 금리가 더 높은 해외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더들에게 루블은 거의 10% 수익률을 제공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완화적 긴축 카드를 내밀면서 이머징에 대한 수요가 폭발한 이후 러시아 당국은 구두개입과 금리 인하를 통해 루블 강세를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인 남아공의 정치 불안이 루블을 끌어 올리고 있다.

남아공의 정치 불안이 재개되면서 랜드는 최고의 캐리트레이드 통화 자리에서 내쫓겼다. 주마 대통령이 지난 27일 런던에서 투자자들과 만나던 프라빈 고드한 재무장관을 갑자기 소환해 해임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이번 주 랜드는 지난 6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할 조짐이다. 남아공의 집권 여당이 고드한 재무장관의 해임 계획을 반대하면서 랜드는 낙폭을 다소 줄였다.

◇ "유가 변수 있지만 위험보상 충족"

슈로더의 제임스 바리노 머니매니저는 남아공의 정치 불안이 러시아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이게 해준다고 말했다. 터키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러시아의 안정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바리노는 랜드화 표시 남아공 국채의 비중을 축소하며 "러시아의 변동성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매우 신중한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시장 기대를 매우 잘 안내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매우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루블을 대상으로 한 캐리트레이드를 막는 한 가지 변수는 유가다. 루블은 올 들어 5% 떨어진 유가를 크게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가가 더 떨어지면 이러한 추세는 반전할 수 있다며 루블 표시 러시아 채권을 팔라고 씨티그룹은 충고했다.

하지만, 선진국 국채 수익률이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고 남아공과 터키의 정치 불안도 여전하다. 따라서, 러시아는 수익을 좇는 캐리 트레이더들의 '선택'일 수 밖에 없다고 삭소방크는 지적했다.

사이먼 파스달 삭소방크 채권트레이딩 본부장은 "조만간 이머징 마켓에서 투자 활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며 "랜드 시장을 탈출한 투자자들이 비슷한 리스크에서 다른 이머징 기회를 찾는다면 루블이 랜드와 똑같은 위험 보상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kirimi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