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압박에 이머징 '옥석 가리기'…태국·필리핀 부각
"IMF 적정성 기준 대비 외환보유액 훨씬 많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아시아 국가들은 풍부한 외환보유액으로 2008~2009년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견뎌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극찬한 바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 이후 미국 금리가 뚜렷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IMF의 칭찬이 무색해졌다. 시장에서는 자본유출 위험이 높아진 아시아의 이머징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지난달 IMF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국들 가운데 태국과 필리핀이 달러 강세에 따른 자국 통화 약세 압박을 가장 잘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국이 보유한 외환은 1633억달러로 IMF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기준인 649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필리핀 역시 840억달러를 보유해 IMF가 규정한 적정규모의 310억달러를 대폭 상회했다. 달러 초강세에도 달러/필리핀 페소 환율은 8년 만에 처음으로 50페소를 밑돌았다.
쿤 고흐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 아시아 리서치 대표는 "태국과 필리핀 모두 지난 몇 년 동안 환율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개입에 필요한 적절한 완충재를 쌓았다"고 말했다.
반면, 말레이시아의 외환보유액은 1000억달러에 달하지만 IMF 추산 적정액 1282억달러에 모자란다. 말레이시아의 외환보유액은 2013년 5월 고점 이후 줄었다. 고흐 대표는 외환 적정비율이 낮으면 중앙은행의 개입 능력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를 넘어 다른 지역의 신흥국 가운데에서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등의 외환이 부족하다.
소마 쓰토무 SBI증권 채권부 총괄책임자는 "달러 강세와 이에 따른 이머징 통화 약세라는 전반적 추세 속에서 풍부한 외환을 보유한 국가의 통화는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 당국이 개입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인지한다면 (시장은) 공격하지 않는다. 대신, 방어력이 떨어지는 통화를 찾기 마련이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자국 통화의 무질서한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을 풀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와 터키에서는 은행들의 외환 지준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통화가치 방어에 나섰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번 이머징의 자본유출은 과거의 긴축 공포와 달리 주요국 물가가 좀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이머징이 비슷한 매도 압박을 받겠지만, 외환보유액이라는 완충의 두께는 서로 다르고 이에 따라 지역 통화의 반응도 제각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리무라 다카히데 미쓰비시 UFJ코쿠사이자산관리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전반에 하락세가 나타나면 투자자들은 더 취약한 곳을 찾아 나서고 외환보유액이 미약한 곳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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