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부채 상한 임박"…글로벌경제, 미국發 빙하기오나
美 디폴트 위기감 고조…美재무, IMF 등 경고 줄이어(종합)
"결국 美공화당이 굴복할 것"…낙관론도 공존
- 최종일 기자, 정세진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정세진 기자 = 4일로 나흘째를 맞고 있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둘러싼 우려는 엄밀히 말해, 정가의 이번 갈등이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끔찍한 재앙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바로, 부채한도 증액 실패이다.
오는 17일까지 부채한도를 높이지 않으면 미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고 전세계 금융계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BMO 캐피탈마켓의 최고 투자 전략가 브라이언 벨스키는 3일(현지시간) USA투데이에 "연방정부 폐쇄는 사이드쇼(부수적인 문제)이다"며 "(시장 우려의) 핵심은 부채한도 협상과 잠재적인 디폴트 가능성이다"고 지적했다.
◇ 오는 17일 美 연방부채한도 상한 도달
부채한도는 미 정부에 대해 의회가 설정해놓은 자금 조달 상한선이다. 현재는 상한선이 16조7000억달러이다. 앞서 제이콥 루 재무장관은 오는 17일에 연방정부의 부채규모가 상한선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까지 한도를 증액하지 않으면 국채 이자 지급과 공무원 급여 및 사회보장 지출 등이 막히게 된다.
부채한도는 항상 정치적 논쟁거리였다. 의회는 대통령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약속받기 위해 협상을 지연시키는 방식을 이용한 사례가 많았다.
올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오바마케어'을 놓고 공화당과 백악관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미 '오바마 케어'를 둘러싼 갈등으로 미 연방정부는 18년만에 처음으로 셧다운에 들어갔다. 문제는 정가의 갈등이 훨씬 더 깊어져 부채상한이 제 때에 증액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美 디폴트는 '경제대재앙'
부채한도가 증액되지 않으면 미국은 채무상환을 이행할 수 없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전세계 금융계에서 미 재무부가 점하고 있는 핵심 역할을 감안할 때 디폴트 여파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도이체방크의 미 증시 담당 전략가 데이비드 비안코는 미국의 디폴트는 증시 패닉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USA투데이에 미국이 채무상환을 일시적으로라도 이행하지 못하면 증시는 10~15% 급락하며 이자를 수차례 지급하지 못하면 "미 역사상 최악의 하락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디폴트는 소비자 신뢰를 망가뜨리고 시장을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게 할 것이며, 성장을 더욱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즉,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애틀랜틱은 이것마저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디폴트는 "미 경제를 쓰러뜨리고 자금조달 비용을 영원히 높이며, 앞으로 미국인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사적인 오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
문제는 그 피해가 미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디폴트는 전세계적으로 충격을 던진다.
미 재무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부채한도가 증액되지 않아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게 되면 이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잠재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고서는 의회를 압박하기 위해 펴낸 것이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보고서는 "신용시장은 동결되고 달러 가치는 급락하며, 미 국채 금리는 고공행진을 보일 것이다. 또 이 같은 여파는 전세계적으로 퍼져 2008년 위기에 버금가는 혹은 더 끔찍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리세션)가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워싱턴DC에서의 연설을 통해 "미국이 부채 한도를 올리는 데 실패하면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시장의 우려, 점차 고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아직까지는 패닉 상황에 빠지지는 않았다. 의회가 해법을 찾을 것이란 낙관론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감시한이 다가오면서 시장은 점차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정부 셧다운은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디폴트는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고 우려했다.
이날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전일대비 6.45% 뛴 17.67을 기록, 3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VIX는 향후 30일간의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지수를 말하며 VIX가 30이라면 한달간 주가가 30% 가량 등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5년물 국채의 부도 위험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는 5.437bp(1bp=0.01%) 급등한 39.417bp를 기록, 5개월여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 현지 언론 "공화당이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 전망
이처럼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공화당이 민주당과 백악관에 양보를 할 것인지 여부가 관심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측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은 "디폴트를 좌시할 수 없다"며 양당 표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제안한 "조건없는 부채 상한"에는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낙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부채 한도를 증액하는 대가로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인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폐기할 것을 요구해왔다. 백악관과 공화당이 이처럼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으나 대부분의 언론들은 결국 공화당이 양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핵무기 사용은 공격하거나 공격받는 양측을 황폐화시킨다. 즉, 이로 인해 핵무기는 존재 자체로 평화를 보장한다. 미국 디폴트 위협은 이와 유사한 것이다. 의회는 '오바마케어'를 놓고 다툴 수 있지만 전세계 경제를 석기시대로 회귀시켜놓았다는 비난을 받으려고는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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