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착한 리더십'..애플에 조용한 변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 로이터=뉴스1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CEO) 사망 후 도마에 올랐던 팀 쿡 신임 CEO의 리더십이 조금씩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애플이 이제는 팀 쿡의 손에 의해 'IT의 맹수'가 아닌 너그러운 부자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2011년 8월 CEO 자리에 오른 쿡은 "잡스의 리더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이는 핵심적인 새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데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중국 저가 스마트폰에 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팀 쿡 스타일'이 애플의 기업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공격적으로 업계를 개척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숙한 거대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애플의 직원 수는 3배, 매출은 6배 증가했으며 주가는 150달러에서 705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기업의 위상이 크게 변한만큼 리더십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고 팀 쿡의 방식은 이 같은 변화에 적절하다는 평가다.

스티븐 잡스의 엉뚱하고 독창적인 리더십과는 달리 쿡은 안정되고 차분한 성격이다.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꼼꼼한 일벌레이며 남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가 CEO에 오르면서 애플의 기업문화는 보다 간단명료해졌으며 제품 기능을 체크하는 아이폰 소프트웨어 회의도 사라졌다.

일부 직원들은 그를 '까다로운 사람'으로 평가하지만 한편으로는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어서 편하다는 이들도 있다.

또한 꼼꼼한 성격이 단호한 실행에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가령 '애플맵' 실패 사례에서 쿡은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빠르게 인정하고 아이폰에 설치된 애플 지도를 구글 지도로 변경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iOS로 알려진 모바일과 태블릿 소프트웨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그의 생각을 빠르게 가다듬기 시작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쿡은 애플 지도의 결함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잡스의 수족과 같았던 스콧 포스톨 부사장을 해고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일선에 나오는 직원들의 불평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용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댄 리치오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우리 사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수록,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에 대해 직원들의 인식과 근무 경험에 대해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쿡의 경영방식에 불만을 제기하고 애플을 떠난 직원의 수가 적지 않지만 전반적으로는 업계나 직원들의 변화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인 편이다.

애플 출신의 리쿠르팅 컨설턴트 베스 폭스는 "애플은 이전처럼 정신 없이 돌아가거나 엄격하지 않다"며 "지인들은 여전히 팀을 좋아하고 지나칠 정도로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쿡은 중국 제조공장의 열악한 노동조건 등에 대해 좀 더 열린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올해 초 한 비공개 석상에서 "사회적인 측면에서 애플이 다른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완전히 투명하게 경영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다"고 언급했다.

투자자들의 압력으로 쿡은 애플이 갖고 있는 1500억 달러의 현금을 주주들과 나누기로 했으며, 자발적으로 그의 연봉도 주가에 따라 변동되도록 했다.

다만 이런 리더십에 대한 의문은 적지 않다. 투명성을 이야기하지만 아직도 쿡은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자회사의 수익 은닉 논란에 대해서도 "합법적인 것"이라고 말해 투명성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한다.

주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신모델로 삼성 같은 경쟁사를 다시 추월할 수 있을 지 여부도 중요한 숙제다.

아직까지 팀 쿡의 애플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마이클 아이즈너 디즈니 CEO 겸 애플 이사는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직하게 일하고 있다"며 낙관 쪽에 무게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