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대신 佛국채가 정통으로 맞았다…레버리지 청산 '폭탄'에 초토화

美고금리 기조 장기화 우려·채권 가격 바닥 불똥이 유럽으로
헤지펀드 강제 청산·혼란한 대선 정국에 프랑스 타격 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집행위원회 본부. 2025.02.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수개월째 이어진 글로벌 국채 시장의 급락세 속에서 1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이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미국 국채 금리가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 날인 이날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지만,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는 미국 경제가 견조함을 나타내는 지표가 발표되고 유럽을 중심으로 한 인기 헤지펀드 거래가 청산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미국은 전날까지는 금리가 폭등(채권가격 폭락)했지만, 시장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은 경제성장률 등이 발표되면서 고금리 기조가 훨씬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다. 하지만 불똥이 튄 것은 미국이 아닌 미국보다 경제 약체인 유럽이었다.

유럽에서 헤지펀드 청산과 대규모 국채 매도 상황을 본 투자자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재정위기 같은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싸였다. 이에 시장에는 오히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미 국채 매수세가 몰렸다.

게다가 전날 미 국채 금리가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미국 채권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전환점이 됐다. 이에 미국은 채권 가격이 상승(국채 수익률은 하락)하는 숨 고르기 상태가 나타났다.

MFS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수석 전무이사 브누아 안은 "분명 미국발 여파가 확산하고 있는데, 시장은 가장 취약한 고리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스페드니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에드 알후세이니는 "시장에서 위기의 조짐이 희미하게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프랑스의 타격이 컸다. 이날 프랑스·그리스·이탈리아의 채권 시장은 등락을 거듭했는데 특히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0.16%포인트나 변동했다. 이는 일일 평균 변동 폭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마크롱 정부는 내년 500억 달러 규모의 지출 삭감 예산안을 발표했으나, 분열된 의회와 다가오는 대선 정국 속에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다. 극좌파 장 뤽 멜랑숑이 대선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하며 중앙은행 보유 프랑스 국채 탕감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 공매도(숏)에 맹렬히 가담했다.

이 여파로 프랑스 국채와 독일 국채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매도가 이탈리아·그리스 국채로 번지며 유로화 가치도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투자자들은 헤지펀드 강제 매도세가 유럽 시장의 폭락세를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최근 몇 년간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프랑스 국채 시장에 대거 자금을 투입해 왔다. 특히 프랑스 국채를 담보로 돈을 빌려 국채 금리와 스와프 금리의 미세한 차이를 취하는 '초고위험 차익거래(스프레드 거래)'에 투자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채금리가 급등하니 담보로 사둔 프랑스 국채 가격은 폭락했다. 돈을 빌려준 금융 기관들은 '담보가치가 떨어졌으니현금을 더 넣으라'는 마진콜을 헤지펀드에 마진콜을 독촉하게 됐다. 이를 이행하지 못한 헤지펀드가 최근 몇주 사이 강제 청산되면서 유럽 국채 시장의 혼란은 더욱 증폭됐다.

알파시덴스 캐피털의 이고르 옐닉 창립자는 "헤지펀드의 비중이 커졌고, 과거 금리가 높았던 시절보다 펀드들이 더 많은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위기가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일본의 채권과 환율 등이 적힌 전광판.<자료사진> ⓒ AFP=뉴스1

실제로 유럽의 국채 매도세는 유로존 전역으로 번져 스페인과 이탈리아 증시가 2% 이상 급락했고,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또 다른 국가인 일본의 장기 국채 금리도 1996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반면 미국 증시는 뉴욕 채권 금리가 다소 하락(10년물 5.233%)한 덕분에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등이 소폭 상승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의 금융 불안이 가중되면서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진정을 위해 개입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자들은 ECB의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베팅을 대폭 축소, 현재는 향후 1년 동안 금리 인상이 3회 미만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WSJ은 전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