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층 분양해 놓고 32층까지만 지었다…입주도 환불도 안 된 '대륙의 사기'

중국 신축 아파트 계약에도 시행사 '배째라'
법원 지급 명령에도 지급 능력 없어 애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중국의 한 남성이 32층짜리 아파트에서 존재하지 않는 '34층' 집을 분양받았다가 집도 받지 못하고 계약금마저 돌려받지 못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에 거주하는 선 씨는 2013년 시안 인근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전용면적 90㎡ 규모의 아파트를 계약했다.

당시 선 씨가 계약한 집은 34층에 위치한 것으로 안내됐으며, 분양가는 ㎡당 2646위안(약 59만 원)이었다. 이는 당시 시세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가격이 저렴했던 이유는 해당 아파트가 이른바 '소유권 제한 주택'이었기 때문이다.

소유권 제한 주택은 중국 농촌 집단 소유 토지에 불법적으로 건설된 주택을 뜻한다. 정식 인허가를 받지 않은 채 개발된 일종의 회색지대 부동산으로, 재판매가 어렵고 법적 보호도 받기 힘들지만 가격이 저렴해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 씨는 계약 당시 계약금 11만 7700위안(약 2657만 원)을 납부했다. 시행사는 "각종 인허가 서류는 나중에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고, 2015년까지 입주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한 입주 시점이 지나도록 건물은 완공되지 않았다.

이후 2017년 시행사는 건물이 완공됐다며 잔금 납부를 요구했다. 선 씨는 열쇠를 받으면 잔금을 내겠다고 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가 계약한 아파트가 있는 건물은 애초에 32층까지만 지어졌다는 것이다. 즉, 선 씨가 분양받은 '34층 집'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시행사는 처음에는 32층 다른 세대를 제안했지만, 당시 선 씨는 잔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두 달 뒤 다시 연락했을 때는 해당 세대마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결국 선 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시행사는 "돈이 없다"며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후 2020년 2만 위안(약 451만 원), 2022년 5만 위안(약 1128만 원) 등 일부 금액만 돌려줬을 뿐 남은 계약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현재는 연락조차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다못한 선 씨는 중재를 신청했고, 중재위원회는 시행사에 미지급 계약금 4만 7700위안(약 1076만 원)과 이자 2만 7000위안(약 609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또 지급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배상금 4만 7000위안(약 1061만 원)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올해 5월 기준으로도 선 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결국 법원까지 찾아갔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법원은 채무자에 대해 소비 제한 명령을 내렸으나, 시행사 명의의 예금이나 재산이 없어 강제 집행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연이 알려지자 중국 누리꾼들은 "값이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소유권 제한 주택은 저렴하지만 위험 부담도 크다", "집도 못 받고 돈도 못 돌려받은 게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위험한 걸 알면서도 그런 집을 사는 이유는 결국 같은 돈으로 월세를 내느니 내 집을 갖고 싶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인 주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