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에서 농부로"…작품 200편 찍었는데, AI에 밀려 농사짓는 배우

(SCMP 갈무리)
(SCMP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중국 미니시리즈에서 활약하던 한 배우가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고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중국 매체 레드스타뉴스에 따르면 배우 장샤오레이(28)는 최근 연기 활동이 급감하면서 지난 3월 중국 칭하이성 하이둥 지역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장샤오레이는 2023년 말 지인의 소개로 미니시리즈 촬영팀에 합류하며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빠르게 입지를 넓히며 2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그가 맡은 역할의 약 70%는 권위적이면서도 연인에게는 다정한 '재벌형 남성' 캐릭터였다.

당시 미니시리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며 황금기로 불렸고, 장 역시 바쁜 시기에는 3일 동안 쉬지 못할 정도로 촬영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장은 올해 들어 단 한 차례의 출연 제의만 받았고 그마저도 출연료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AI 기술 도입이 있다.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제작이 늘어나면서 실제 배우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 포털 시나닷컴에 따르면 기존 미니시리즈는 회당 최소 1만 위안(190만 원)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AI 도입 이후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 실제로 AI 활용 콘텐츠 비중은 지난해 7%에서 올해 38%까지 급증했다.

결국 장샤오레이는 생계를 위해 농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약 40만 위안(약 8600만 원)을 투자해 고추 농장을 운영 중이다.

부모가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한 결정이었다. 현재 그는 지역 시장에서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며 ㎏당 4위안(약 860원) 수준에 거래하고 있다.

장샤오레이는 "연기 기회가 생기면 다시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농부로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SNS에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는 사람을 때리던 역할이었지만 현실은 오히려 나를 때린다"라며 "극 중에서는 큰돈을 다루지만 현실에서는 10위안(약 2100원) 안 내고 가는 손님 때문에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생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며 "이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재벌 역할 하던 배우가 농부라니 충격적이다", "AI 때문에 배우들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는 반응과 함께 "가상 캐릭터는 아직 어색하다", "결국 사람 배우가 다시 필요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사례는 AI 기술이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향후 배우들의 입지 변화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