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아들·며느리·손자 다 잃은 90세 노인…30년째 전국 '떠돌이 삶'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가족을 모두 잃은 뒤 30년 가까이 자전거로 중국 전역을 떠돌며 살아온 90세 노인의 사연이 전해져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5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허난성 카이펑 출신의 장중이 씨는 중국 남동부 푸젠성 푸톈에서 한 시민과의 만남을 계기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그를 처음 주목한 이는 바이샤오바이 씨로, 길에서 그의 삼륜자전거를 밀어주며 인연이 시작됐다.
장 씨는 밝은 미소와 유쾌한 말솜씨를 지닌 인물이지만, 그의 삶에는 깊은 비극이 자리하고 있다. 1990년대 아들과 며느리, 여덟 살 손자가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세상을 떠났고, 이듬해에는 아내마저 병으로 숨졌다. 불과 2년 사이 가족을 모두 잃은 그는 결국 고향을 떠나 길 위의 삶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자전거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삼륜자전거로 바뀌었고, 그는 약 30년 동안 중국 전역을 누볐다. 신장과 간쑤성 등 북서부 지역에서 출발해 상하이와 저장을 거쳐 샤먼과 취안저우 등 남부 도시까지 이동하며 산과 호수, 사막, 도시를 가로질렀다. 올해 1월에는 푸젠성에 도착했다.
장 씨는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는 것이 두려워 고향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는 이제 잊었다"며 "남은 인생은 여행을 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의 기억력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현지 방송에 따르면 그는 이제 정확한 집 주소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럼에도 "지도 없이도 길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국도를 따라 계속 이동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의 여정은 수많은 낯선 이들의 도움으로 이어져 왔다. 지역 주민들과 자전거 여행자들은 식사와 옷, 길 안내 등을 제공하며 그를 도왔다. 바이 씨 역시 푸톈에 머무는 동안 매일 그를 찾아 아침을 함께하고 생일을 챙기며 시간을 보냈다. 또 휴대전화를 선물하고 사용법을 알려주며 연락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장 씨는 도움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답하려 했다. 그의 낡은 삼륜 자전거에는 실종자를 찾는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어, 길 위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을 전하고 있었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편안한 노후를 위해 거처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장 씨는 "이것은 구걸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푸저우에서 그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졌고, 그는 "이제는 고향이 조금 그리워지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는 그가 북쪽으로 이동해 우이산을 거쳐 최종적으로 고향 카이펑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카이펑시 당국은 그가 돌아올 경우 노인 수당 지급 등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장 씨의 이야기를 접한 한 누리꾼은 "슬픔을 앞으로 나아갈 힘으로 바꾼 장 할아버지는 정말 대단하다. 역경도 그분의 삶을 포기하게 만들지 않았다. 이 긴 여정은 삶에 대한 그분의 가장 깊은 헌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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