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쿠르드
김화진 미시간대 로스쿨 석좌교수
쿠르드족은 캅카스 바로 아래 서아시아의 산악지대인 쿠르디스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 지역은 고대 북부 메소포타미아다.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시리아에 걸친다. 캅카스 아르메니아에도 일부 있다. 거주지역을 다 합하면 면적이 포르투갈의 두 배 정도 된다. 모두 3000~4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큰 민족이다. 특히 튀르키예와 이라크에서는 인구의 거의 20%다. 그런데 자신들의 나라가 없다.
1차 대전 후 오토만제국이 해체되면서 나라가 약속됐는데 지켜지지 않았고, 사담 후세인 몰락 후인 2005년에 가서야 이라크 북부의 준자치 지역으로 인정됐다. 프랑스와 영국의 이기적인 기 싸움, 석유 싸움의 결과다. 오스트리아-헝가리를 비롯해 모든 지역이 민족을 기준으로 분할되고 재정비됐지만 쿠르디스탄만 예외였다. 그 후 수난과 고난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쿠르드는 튀르키예에서 가장 많이 산다. 그것도 유전지대다. 튀르키예는 쿠르드를 독립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무자비하게 탄압한다. 튀르키예와 PKK(쿠르디스탄 노동자당) 사이의 무력 충돌로 인도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견제에 흑해의 수문장인 튀르키예가 필수여서 쿠르드에게 잘해 줄 수가 없다. 미국은 자신들이 무장시켜 시리아에서 IS와 잘 싸워준 쿠르드를 사실상 팽하고 배신자 캐릭터가 됐다. 쿠르드군은 이라크군보다 더 나은 군대다.
해발 3000~4000m에 자리한 쿠르디스탄은 눈과 비가 많이 오고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이 두 강은 튀르키예, 이라크, 시리아 3국의 젖줄이고 에너지원이다. 특히 튀르키예는 산업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이 지역에서 끌어온다. 이라크 쿠르드 지역은 글로벌 6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쿠르드 지역 면적이 가장 작은 시리아 북부에서도 시리아산 석유의 거의 절반이 생산된다. 척박한 시리아에서 가장 큰 농업지역이기도 하다.
주변 국가들이 쿠르드를 독립시킬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일단 그렇게 되면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어서다. 지금은 쿠르드 내부가 단일국가파와 국가연합파로 나뉘어 통일돼 있지 않은데 독립하면 치열한 경쟁은 발생하겠지만 누군가가 주도권을 갖게 된다. 산악에 갇혀서 억눌렸던 힘을 어느 방향으로 투사할지 알 수 없다. 지금처럼 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쿠르드 주도 세력의 마르크스주의 이념 편향도 서방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중동 국가 중에서는 그나마 이스라엘이 쿠르드에 가장 우호적이다. 이스라엘에는 약 20만의 쿠르드계 유대인들이 산다.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 지역이 생산하는 석유를 수입하고 인도적 지원도 하고 있다. 1187년에 예루살렘을 접수했던 살라딘이 쿠르드족이었다는 사실과 대비하면 아이러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지금 쿠르드가 다시 소환됐다. 국가 독립까지는 몰라도 또 다른 토사구팽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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