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내 뜻대로 움직여"…'소원 양초' 팔아 100억 번 인플루언서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중국에서 일부 젊은이들이 인플루언서가 판매하는 소원 양초를 비싼 값에 구매하며 정서적, 정신적 위안을 찾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품들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중국 홍싱뉴스 등에 따르면 인플루언서 리 주오판은 러시아 리얼리티쇼 '심령술사의 대결'에 출연해 자동차 트렁크에 숨겨진 사람을 양초로 찾아내고, 다른 차량에서 누군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6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했다.
중국으로 돌아온 리 씨는 수제 소원 양초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양초들은 크리스털과 말린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에센셜 오일이 첨가되어 있었다.
그녀는 양초 종류별로 효능이 다르다고 광고하며 취업이나 재물운 증진부터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까지 다양한 효과를 홍보했다.
가격은 2888위안(60만 원)부터 시작했으며 '삼중 행운' 버전은 최대 7888위안(약 165만 원)에 달했다.
리 씨는 점술가 이미지를 강화하는 영상을 제작 및 게시할 팀을 고용했고 양초와 함께 온라인 점술 강좌도 판매했다.
한 고객은 양초가 가게에 손님을 더 많이 불러오길 바라며 5888위안(약 123만 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자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리 씨는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검찰은 그녀가 소원 양초와 관련 점술 강좌 판매를 통해 5000만 위안(약 104억 6500만 원) 이상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중국 법에 따르면 거액의 사기 사건은 10년 이상의 징역형과 벌금형, 재산 몰수형에 처한다.
하지만 사건이 드러난 후에도 소원 양초 관련 게시물과 판매 링크는 소셜 미디어에서 계속해서 유포됐다.
한 누리꾼은 "사랑의 양초를 켜고 나니 전 남자친구가 정말 저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떨쳐낼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은 양초가 타는 시간과 불꽃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상대방의 외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원 양초 열풍은 수정, 타로점, 그리고 정신적 위안을 제공한다고 광고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아우르는 중국의 영적 경제 호황의 일환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특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라이브 스트리밍,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재포장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전통적인 사주팔자와 주식 시장 스타일의 캔들스틱 차트를 결합한 AI 도구가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용자가 출생 정보와 주요 인생 사건을 입력하면 시스템이 사용자의 인생 경로를 보여주는 개인 맞춤형 차트를 생성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는 더욱 특이한 상품들도 등장했다. 일부 온라인 상점에서 주요 은행 건물 밖에서 파낸 흙이라고 주장하는 '은행 흙'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재물을 불러온다고 광고했다. 가격은 한 봉지에 888위안(약 18만 5000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유명인들의 홍보 덕분에 이러한 트렌드는 더 확산됐다. 2024년 대만 가수 애니 이는 라이브 방송에서 수정 치유 세트를 판매하여 270만 위안(약 5억 6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사찰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젊은 층의 정기적인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동부 난징의 지밍 사원은 '복이 깃든 밀크티'를 출시했고, 동부 항저우의 용푸 사원은 '길조 커피'를 선보였다.
청소년 정신 건강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복지사 장용은 이러한 영적인 제품들이 오락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젊은이들을 운명론적인 믿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직업이나 투자와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능동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알고리즘이나 형이상학적인 판단에 맡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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