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위법 판결…각국, 환영 속 불확실성 대비·무역 전략 조정
EU, 긴급 대응 준비…일각선 '무역 바주카포' 또 거론
다카이치 방미 앞둔 日, 위법 판결에도 미국 투자 유지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해 각국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예고에 따른 불확실성을 주시하며 긴급 대응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파리 농업 박람회에서 "민주주의에서는 권력과 이를 견제하는 장치가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글로벌 관세의 영향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새로 발표한 10% '글로벌 관세'를 15%로 인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ARD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대법원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관세는 개별 회원국이 아닌 유럽연합(EU)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에 관해 명확한 유럽 공동의 입장을 갖고 일주일 뒤 워싱턴 DC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무역 대변인도 향후 조치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 행정부와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EU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 이후 협정 비준 절차를 중단했지만, 유럽의회 통상위원회는 오는 24일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위법 판결로 현재 표결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EU 의원들은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EU와 미국 간 무역협정은 대부분의 EU 제품에 대해 미국 관세를 15%로 고정하고 EU는 미국 산업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균형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오는 3~4월 비준이 예상됐지만, 대법원 판결로 일정과 절차 전반이 불확실해졌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ING리서치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그린란드 갈등 이후 EU가 비준을 보류한 만큼 일부 의원들은 계속 미루려 할 수 있다"면서도 "다른 관세 수단과 미국의 새로운 지정학적 입장이 무역 파트너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가장 먼저 관세 합의를 맺은 영국 정부는 "대미 특혜적 무역 지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이 영국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수출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가로막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미국과의 무역에 더 큰 불확실성이 드리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상공회의소(DIHK)는 트럼프가 다른 수단으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 때문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대외무역 책임자 폴커 트라이어는 "미국은 여전히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할 수단을 갖고 있으며 독일 기업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유럽의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꺼내 들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ACI는 EU가 2023년 도입한 통상 위협 대응 조치로 상품·서비스 관세 부과와 역내 사업의 상대국 기업 배제를 조치할 수 있다.
EU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와 올해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맞서 ACI 활용을 논의했지만, 실제로 발동하지는 않았다. 이와 별도로 EU는 이미 준비된 900억 유로(약 154조 원) 규모의 대미 보복 관세 패키지를 즉각 가동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미 투자를 경제와 안보에 필요한 투자로 규정하며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우선시하겠다는 전략이다.
복수의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닛케이에 "위법 판결로 인해 일본의 대미 투자 계획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1차 계획으로 발표한 3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외에도, 제2차 이후의 계획 결정을 위한 협의도 계속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미 투자에 대해 "관세 인하를 받은 대가라기보다, 일본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오는 3월 19일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치카와 게이이치 국가안전보장국장은 지난 20일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정상회담을 위한 조율을 진행했다.
미·일 정상회담은 3월 31일~4월 2일로 조정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직전에 이뤄질 예정이다.
닛케이는 일본은 중국의 군사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아시아 안보 관여를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력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투자 계획 마련에 공을 들여왔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또한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는 상호 관세와 근거법이 다르기 때문에 위법 판결 이후에도 유지된다면서,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무역합의 재협상에 나서기는 어려운 처지"라고 진단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 전 간부이자 아시아 그룹의 데이비드 볼링은 "일본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트럼프는 틀림없이 자동차 관세 인상을 꺼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 캐나다는 관세 무효화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철강·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관세 잔존과 7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 협상이란 과제를 앞두고 있어 신중하게 무역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도 상무부는 판결과 트럼프 행정부 후속 조치의 영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미국·인도 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했고, 수출단체는 "이제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섰다"고 평가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무역 문제 논의를 위해 곧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국이 여전히 일방적 관세를 부과할 법적 수단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새로운 '글로벌 관세'의 범위와 영향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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