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실력 형편없지만 외도는 안 함"…전 애인 홍보하는 청춘들

중국 청년층 구직자처럼 전 애인 소개 데이트 트렌드 만들어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젊은 중국인들이 전 애인을 마치 구직자처럼 소개하는 '전 애인 소개'라는 새로운 데이트 트렌드를 만들어냈다고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온라인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상세한 프로필, 개인적인 경험담, 그리고 과거 연애 경험담을 공유하며 현대 데이트의 위험성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받고 있다.

이 트렌드는 소셜 미디어에서 '전 애인 소개'를 청하는 글이 입소문을 타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제가 된 게시물에는 "혹시 전 남자친구 아시는 분 계신가요? 데이트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괜찮은 남자 못 만나면 한약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요"라고 적혀 있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댓글 창에 몰려들어 마치 노련한 인사 담당자나 영업사원처럼 자신의 전 애인을 소개하며 조언을 쏟아냈다.

중국 북동부 지린성의 한 누리꾼은 "제 현재 남자친구는 어때요? 만약 헤어지게 되면 알려드릴게요. 사실 그는 꽤 관대한 사람이에요"라는 답글을 달았다.

어떤 이들은 이를 취업 추천서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다른 사람은 "1995년생, 키 183㎝, 국영기업 근무, 감정적으로 안정적이고 요리도 잘해요. 단점은 마마보이 기질이 좀 있다. 고려해 볼 만하다"라고 적었다.

'전 애인 추천'이라는 문구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수많은 게시물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런 트렌드가 너무 인기를 끌어서 마치 중고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전 애인들이 마치 중고 상품처럼 취급받으며 품질, 외모 등 세부적인 평가까지 받는다는 것이다.

추천서 형식은 이력서와 유사하게 개인 정보를 구조화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면 △거주지 : 상하이 △나이 28세 △성별 : 남성 △MBTI : ISFJ △별자리 : 게자리 △장점 : 키 185㎝, 하얀 피부, 공공부문 근무, 감정적으로 매우 안정적 △단점 : 키스 실력이 부족함, 게임할 때 욕설함 △상태 : 90% 새것과 같음(가정 폭력 없음, 외도 없음, 장거리 연애로 헤어짐) 등이다.

온라인상의 친절한 여성들은 그의 잠재적인 새 연인들이 언제든 참고할 수 있도록 '전 남자친구 사용 설명서'까지 만들었다.

한 누리꾼은 "그는 아침에 두유를 좋아하고 밤에 이를 갈고, 화가 나면 30분 동안 달래야 하고 관계를 가질 때는 불을 끄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적었다.

더욱 기이한 사례로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자신의 남편과 결혼하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한 여성은 "제 남편을 소개해 드릴까요? 필요하다면 이혼할 생각도 있다. 아이는 다 컸으니 남편은 필요 없다. 아이는 갖고 싶지만 키울 시간이 없는 분에게 딱 맞는 사람일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을 잘 돌봐준다. 베이징에 120㎡짜리 아파트가 있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안일도 하고 시부모님은 연세가 많으셔서 몇 년 후면 돌아가실 것 같다. 남편이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바로 이혼할 수 있다"라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배우자를 찾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 누리꾼은 같은 도시에 사는 한 여성이 해외로 이주하기 전 남자친구와 원만하게 헤어진 후 온라인에서 그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오늘날 데이트 환경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서 비롯됐다.

많은 젊은 미혼 남녀들은 데이트 앱에서 사기꾼, 작업남, 조종자, 바람둥이를 만날까 봐 걱정한다. 특히 과도하게 보정된 사진을 사용하거나 직업을 과장하는 사람들을 경계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로맨스에 모험을 걸기보다는 과거 연애 경험이 있는 중고 상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추천 문화가 사람들을 상품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무작위로 만나는 건 부담이 너무 크다. 적어도 다른 사람이 만나본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사기꾼에게 속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정보가 훨씬 투명해졌다", "아무리 잘생긴 낯선 사람이라도 전 애인이 남긴 '추천'이라는 두 단어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슈퍼마켓에서 채소를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상이 드디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미쳐가는 것 같다", "남자끼리 전 여자친구를 서로 언급하는 게 역겹고 느끼하지 않냐" 등 우려도 나왔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