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누워 손가락·발가락만으로 농장 운영…셀러리 5000㎏ 팔아 200만원
'중국 충칭의 스티븐 호킹' 30대 남성
60대 어머니는 아들의 손과 발 돼줬다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선천성 희 질환으로 손가락 하나와 발가락 하나만 움직일 수 있는 중국의 한 남성이 스마트 농장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창업에 성공한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신츄데일리 등에 따르면 사연의 주인공은 중국 서남부 충칭 출신의 36세 리샤오다.
그는 다섯살 때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아 초등학교 5학년 때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근이영양증은 근육을 유지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근육이 점점 약해지고 위축되는 진행성 유전 질환이다. 현재까지 완치법은 없으나 재활 치료와 약물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리 씨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공부였다. 특히 그는 물리학과 컴퓨터 과학에 큰 흥미를 느꼈고, 25세가 되던 해 온라인 포럼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리 씨는 "여동생이 학교에서 가져온 교과서를 통해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라며 "책 속의 모든 개념이 너무 흥미로워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동생이 어떤 컴퓨터 책을 가져올지 기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 씨의 병세가 악화하면서 걷지 못하게 됐고, 혼자 생활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먹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지면서 결국 2020년 혼수상태에 빠져 기관절개 수술을 받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게 됐다.
당시 의료진은 그의 가족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리 씨는 1년이 넘는 회복 기간을 거친 뒤 상태가 안정되자 다시 과학 활동에 복귀했다.
'무토양 재배' 개념을 접한 그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현대 농업과 결합해 보자는 대담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렇게 리 씨는 손가락 하나와 발가락 하나만으로 가상 키보드를 조작해 농장 전체를 제어하는 스마트 시스템을 개발했다.
부모가 이혼한 2017년 이후 그의 간병은 전적으로 어머니 우디메이(61)의 몫이었다. 리 씨는 33세에 어머니의 도움으로 충칭에 농장을 설립했다. 해당 농장은 토양 없이 식물을 재배하는 수경재배를 전문으로 하며, 현재 0.17헥타르(ha) 규모의 온실 4동을 운영하고 있다.
리 씨는 개조한 컨테이너로 만든 제어실에서 침대에 누운 채 농장 운영을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왼손 검지로 마우스를 조작하고, 오른쪽 검지 발가락으로 클릭하며 공중에 설치된 모니터에 표시된 10개의 시스템을 확인한다.
직접 손을 써야 하는 작업은 모두 리 씨의 지시에 따라 어머니가 맡았다. 회로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어머니는 점차 '슈퍼 기술자'로 변해갔다.
어머니는 제어 보드를 납땜하고, 네트워크 배선을 설치하며 회로 연결과 농장 장비 유지 보수까지 해내게 됐다. 최근에는 아들 지시에 따라 원격 조종 무인 운반차를 직접 조립해 배송 작업까지 수행했다.
리 씨는 "이제 엄마가 모든 걸 할 수 있게 됐다. 이론은 몰라도 배선 연결과 설치는 정확히 알고 있다"며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했다. 어머니는 "아들은 농장의 두뇌이고, 나는 아들의 손과 발"이라고 화답했다.
리 씨는 3년이 넘는 실험 끝에 지난 3월 첫 작물을 시장에 내놨다. 초기에는 공심채 재배에 실패했지만 이후 시금치, 오이, 유채, 상추, 셀러리 재배에는 성공했다.
지난 6월에는 충칭에서 수요가 높은 셀러리에 집중했고, 그 결과 수경재배 셀러리 약 5000㎏이 일주일 만에 모두 팔려 약 1만 위안(약 205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리 씨는 '충칭 농촌의 스티븐 호킹'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현재 방울토마토 등 새로운 작물을 키우는 실험을 통해 농장을 더 확장할 계획이다. 동시에 현지 SNS를 통해 수경재배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로 성공한 기업가가 됐다. 삶에 한계는 없다는 걸 증명했다",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 강해졌고, 아들은 의지로 창업에 성공했다. 눈물 난다" 등 반응을 보였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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