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속 소용돌이는 실재할까 예술일까…과학계 격론
2024년 中·佛 논문 "소용돌이 붓질에 '난류' 특성 담겨 있다"
'그림을 실제 유체처럼 취급한 건 오류' 반론 거세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 속 소용돌이가 실제 물리 현상인 난류(turbulence)를 담고 있는지를 두고 과학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불규칙적으로 소용돌이치는 모습이나 빠르게 흐르는 강물에 생기는 소용돌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난류를 고흐가 실제로 간파하고 그림에 담아낸 것이냐는 의문에 다시 불이 붙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24년 중국과 프랑스 연구진은 그림 속 붓질을 분석, 이것이 저명 수학자인 콜모고로프가 제시한 난류의 '스케일링 법칙'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작품의 14개 소용돌이를 정밀 분석해, 예술 속에 난류의 수학적 흔적이 담겨 있다고 발표했고 이 연구는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난류 논쟁은 이 논문 이후 시작됐다. 미국 워싱턴대 제임스 라일리 교수와 다른 연구자들은 "그림을 실제 유체 흐름처럼 취급한 것은 개념적 오류"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라일리는 해당 논문이 철회돼야 한다고까지 주장했고, 다른 학자들은 에드가르 드가의 그림인 '꽃병 옆에 앉은 여인'에서도 같은 수학적 패턴이 나타난다며 그렇다면 이것도 난류냐며 반박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물리학자이자 2024년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프랑수아 슈미트는 이메일을 통해 "나는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논문을 발표했지만, 동료들로부터 이처럼 적대적인 반응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 "논문을 통해 논의하자"고 밝혔다.
함께 연구한 중국 황융샹 교수팀도 "예술적 가치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범위에서라도 난류의 법칙이 관찰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의 호세 루이스 아라곤 교수는 그림을 유체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붓질의 밝기 변화를 속도 변화로 대응시켜 난류의 본질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픽셀 간 밝기 변동에서 난류의 통계적 흔적을 확인했으며, 이를 통해 그림이 난류의 '본질'을 강렬하게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별이 빛나는 밤'은 난류의 과학적 증거인지, 아니면 단순히 예술적 표현일 뿐인지 명확히 결론 나지 않았다. WP는 "이 논쟁이 과학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냉철한 전문가들이 만든 교과서에 담긴 정적인 사실들의 집합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과학은 인간적인 과정"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탐구하는 방법인 과학은 기술에 제약받으며, 의견 불일치는 흔하다"면서 "지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교해지고, 때로는 관련자들이 과격해지거나, 짜증을 내거나, 심지어 질투심을 느끼기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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