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 거부' 아내에 '배우자 의무 불이행' 소송 제기한 남편…법원 판단은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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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아내가 간 기증을 거부하자 악의적 유기 혐의로 고소하고 이혼 소송을 제기한 한국 남성이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30대 초반 동갑내기 부부는 결혼 3년 차에 2세, 생후 1개월 딸을 키우고 있었다.

남편은 지난해 겨울 희귀 간 질환인 원발성 담즙성 간병변증 진단을 받았고, 의사는 간 이식 없이는 1년밖에 살 수 없다고 경고했다.

남편의 부모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았고 아내는 곁을 지키며 헌신적으로 간호했다.

이후 아내의 HLA(인간 백혈구 항원) 적합도가 95%를 넘어서 이싱에 이상적인 후보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남편이 수술을 받자고 했을 때 그녀는 거부했다. 의사와 남편의 가족에게 자신이 "바늘과 날카로운 물체에 대한 병적인 공포증을 앓고 있어 수술받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배신감을 느낀 남편은 그녀의 간병을 조롱하며 "나를 간호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 당신은 내가 죽는 걸 보고 싶어 하는 거잖아. 차라리 날 죽이는 게 낫겠어"라고 말했다.

시부모도 압력을 가하며 "남편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니?"라고 물었다.

다행히 뇌사 기증자가 제때 발견되어 남편은 성공적으로 간 이식 수술받았다.

회복 후 그는 아내의 주장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고, 아내가 이전에 맹장 수술을 받았고 혈액 검사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추궁을 받자 아내는 '공포증'이 핑계에 불과했음을 인정했다. 그녀는 "진짜 이유는 수술과 관련된 위험에 대한 깊은 두려움과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어린 두 딸이 엄마를 잃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진짜 이유였다"라고 설명했다.

남편은 자신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아내가 자신을 속이고 버렸다고 생각하여 격분하며 아내를 '악의적인 유기'와 배우자로서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아내의 손을 들어주며 장기 기증은 개인의 신체적 자율권에 속하는 문제이며 부부 사이에서도 강요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남편의 강압과 언어폭력이 결혼 생활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렸고 따라서 관계 파탄의 주요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내의 거부가 아이들의 안녕을 위한 합리적인 우려에 근거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결국 부부는 이혼에 합의했다. 아내는 남편의 치료비를 계속 지원하면서 자녀 양육권을 유지했다.

누리꾼들은 "왜 그녀가 기증해야 하나. 기증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 선택이다. 결혼했다고 해서 남편이 마음대로 장기를 요구할 수 있다는 거냐", "어떻게 그렇게 쉽게 요구할 수 있나. 수술 위험도 높고 아이들도 아직 너무 어린데", "소송에서 이기고 남편과 그 가족의 행태를 직접 봤는데도 여전히 재정적으로 지원해 준다니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