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보상금 타려 동성애인의 여동생과 결혼한 남성 사망…재산 분할은?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이주 보상금을 받기 위해 남자친구의 여동생과 결혼했던 중국 북부의 한 동성애 남성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아내, 애인, 부모 사이에 재산분할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 출신으로 국유기업 고위 임원인 48세 쉬톈 씨는 자신보다 두 살 어린 의사 남자친구 쉬에총 씨와 10년간 교제해 왔다. 이웃들은 이 동성 커플이 공공장소에서 종종 아버지와 아들 행세를 했다고 전했다.
두 가족 모두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조용히 받아들였다.
중국은 1997년 동성애를 비범죄화했고, 이후 정신질환 등록부에서 삭제했다. 상하이, 베이징, 청두 등 1선 도시에서는 동성애 수용이 수년간 확대됐다. 하지만 많은 전통 가정에서는 그렇지 않다. 동성 결혼은 중국 법률상 여전히 인정되지 않고 있다.
2024년에 쉬 씨의 어머니가 살던 마을에서는 철거 및 재정착이 시작됐고 각 가구 구성원은 약 230만 위안(약 4억 3800만 원)의 보상금을 받을 자격이 생겼다.
쉬 씨는 보상금을 늘리기 위해 남자친구의 누나인 쉬에리 씨와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중국의 매체 더 페이퍼에 따르면 쉬 씨보다 3살 많은 쉬에리 씨는 고인이 된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뒀다.
그해 12월 쉬 씨와 쉬에리 씨는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고, 친척과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며 동거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곧 쉬 씨의 보상금 할당량에 쉬에리 씨를 추가했다. 그러나 두 달 후 쉬 씨는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쉬 씨의 죽음에는 사고 보상, 보험금 청구, 철거 비용 지급 및 기타 상속 문제가 엮여 있었기 때문에 분쟁이 확대됐다.
쉬에리 씨는 쉬 씨의 어머니를 상대로 법적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쉬 씨의 가족은 쉬에리 씨와 쉬에총 씨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며 결혼이 가짜였으며 그녀는 아무것도 상속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선 쉬 씨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결혼은 오로지 철거 수당을 받기 위한 것이었으며 두 사람은 연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쉬에리 씨는 결혼 이유가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법은 중혼, 친족 관계 또는 법적 결혼 연령에 미달하는 당사자가 관련된 경우에만 결혼을 무효로 간주한다.
법원은 이 결혼이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판결하며 쉬에리 씨에게 쉬 씨의 보상과 재산 일부를 상속받을 권리를 부여했다.
이에 쉬 씨의 어머니는 지난달 24일 결혼이 무효라고 선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중국에서는 결혼을 이용해 정부에 보상받는 것은 사기죄로 간주하며 최소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 사건은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 누리꾼은 "결혼 증명서만 있으면 결혼은 법적으로 유효하다. 쉬 씨 가족은 영리하게 행동하려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쉬 씨와 그의 남자친구가 10년간의 관계를 아버지와 아들인 척하며 숨겨야 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법은 그들의 진짜 관계는 무시하면서 또 다른 위장 결혼은 인정한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이냐"라고 반응했다.
ro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