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 손가락질 말아요"…3400만원짜리 '아기 인형'에 빠진 여성들[영상]
불임이나 아기 잃은 영국 여성 사이에 큰 인기…"아픔을 달래주는 도구"
"껴안는 순간 정서적 안정감 얻어…가짜라는 사실은 항상 인지하고 있어"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손가락 발가락 10개 있는지부터 먼저 확인 해야죠"
아기를 낳지 못하거나 잃은 여성들 사이에서 '리본 베이비 인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신생아처럼 숨 쉬고, 젖병을 빠는 듯한 움직임까지 구현되는 이 인형은 최대 2만 파운드(약 3400만 원)에 달한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 인형을 품에 안는 순간 진짜 아기를 돌보는 듯한 감정이 생긴기는 정신적 위로와 치유를 얻을 수 있는 성인들의 아이템"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리본 인형'은 실리콘이나 비닐 재질의 기본 형태가 만들어진 뒤 전문 작업자에 의해 주름과 피붓결, 솜털, 심지어 혈관의 붉은빛까지 손으로 하나하나 그려 넣어 완성된다.
이같은 디테일과 더불어 배터리를 이용해 호흡 장치와 심장 박동 소리, 분유 냄새가 풍기는 기능까지 갖춰져 있는 이 인형은 '진짜 아기'를 맞이하듯기저귀를 두른 채 누워 포장 상태로 배송되며, 구매자들은 출산하는 것처럼 천천히 포장을 풀어 아이와 인사를 나누며 관계를 시작한다.
"처음엔 발부터 확인하고, 손가락을 보고, 마지막에 얼굴을 바라봐요. 진짜 출산하는 기분이에요" 10여 개의 리본 인형을 소장한 40대 여성 조 밀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장애인으로, 자신의 공방에서 제작한 인형을 아이를 잃은 여성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밀러는 "이건 단순한 장난감이나 인형이 아니라 우리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존재"라면서 "인형을 껴안는 순간 나의 상실된 어느 한 곳이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밀러의 딸 테일러(24)는 "엄마의 취미를 이해하긴 조금 힘들지만, 인형이 엄마의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면 엄마의 선택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엄마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런던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여성인 제스 엘리스(29)는 난임을 겪은 뒤 '리본 인형'을 통해 가상 양육을 시작했다. 현재 15개의 인형을 보유하고 있다는 그는 "아직 아이를 키워보지 못했지만, 인형으로 육아를 미리 연습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스코틀랜드의 20대 여성이 리본 인형으로 임신과 출산을 연기해 가족과 연인을 속인 사건에 대해 "우리 같은 사람까지 그 사람처럼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두렵다"며 "우린 인형이 진짜라고 믿지 않는다. 다만 인형을 돌보며 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상심리학자 루이즈 고다드 크로울리 박사는 "리본 인형은 뇌의 본능을 자극해 산소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불안감과 공허함을 완화시킨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부분의 '리본 인형' 애호가들은 실제 아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망상에 빠지고자 하는 행동이 아니라 뇌의 안정을 찾는 자기조절 방식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리본 인형 수요가 급증하면서 짝퉁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정품은 고급 실리콘과 인체 안전 도료로 제작되지만, 모조품은 값싼 플라스틱과 유독성 안료로 만들어져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밀러는 "진짜 리본 인형은 예술작품이자 심리적 치유 도구"라며 "인형을 돌보는 행위는 상실을 견디게 해주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리본 인형은 최근 몇 년간 SNS와 틱톡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아기와 거의 구분되지 않는 외형과 감정적 교감이 가능한 존재로 인식되면서, 불임 여성뿐 아니라 외로움·불안·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치유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리본 인형을 품에 안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이건 장난감이 아니라 내 마음의 쉼터예요. 비판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이 인형은 현실의 공허함을 메우는 단순한 '가짜 아기'가 아니라,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해주는 또 다른 생명처럼 존재하고 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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