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란듯 손 꼭잡은 시진핑-푸틴-모디…"반미 리더십 도전"
서로에게 밀착하는 화기애애한 모습 연출…"美 글로벌 리더십 대체 메시지"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그리고 개최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포옹하는 등 친밀한 모습을 연출하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도전장을 던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관세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독주로 인해 국제사회가 좌절하고 있는 상황을 파고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반(反)트럼프 연대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 인도는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역전쟁 등과 관련해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난 입장을 선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내용을 떠나 이들은 서로에게 밀착한 모습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만으로도 미국의 압박에 맞서 함께 싸우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모디 총리는 푸틴의 전용 방탄 리무진에 동승했다. 트럼프와 푸틴이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만났을 때 의전 관례를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The Beast)에 함께 탑승해 화제를 모은 지 2주 만이다.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받은 50% 관세 수모를 인도는 이처럼 미국에 되갚아줬다. 두 정상은 약 한 시간 동안 차에 머문 뒤 양자 회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는 회담 중 푸틴 대통령에게 "당신과의 만남은 언제나 기억에 남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디 총리를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러시아와 인도 간의 "우호적이고 신뢰하는 관계"를 강조했다.
푸틴은 정상회의 연설에서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합의사항"이 우크라이나 평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입장 변화는 거의 없었으며, 서방의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끌어들이려는 지속적인 시도"가 전쟁의 원인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워싱턴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와 미국 간의 관계를 "완전히 일방적인 재앙"이라고 평가하며, 인도가 "대부분의 석유와 군수품을 러시아에서 구매하고 미국에서는 거의 구매하지 않는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인도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0%로 낮추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미 늦었다"고도 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2002년 SCO 창립 이후 최대 규모로 열렸다. 톈진에서 벌어진 장면들이 즉흥적이었는지,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런던 소재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선임연구원 키어 자일스는 NBC 뉴스에 밝혔다.
자일스는 "트럼프가 푸틴과 맺고자 했던 밀접한 관계가 이제 푸틴과 다른 정상들 사이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미국이 "인도에 다른 곳에서 우정과 협력을 찾을 충분한 이유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인도·파키스탄·남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 알리사 아이어스는 미국과의 갈등이, 그간 별로 관계가 좋지 않던 중국과의 관계를 인도가 "수습할 이유"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도는 중국과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중국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이자 최대 상품 교역국"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손을 맞잡으며 환호했던 모디 총리는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인도와 중국은 히말라야 국경 분쟁, 무역 갈등, 그리고 중국의 파키스탄 지지 문제 등으로 오랜 갈등을 이어왔지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 즉 인도 50%, 중국의 경우 최대 145%에 달하는 공동의 불만이 양국 간 공통분모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시 주석도 나서서 우회적으로 미국의 '괴롭히는 행태'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안보 질서에 도전하려 해왔는데 시 주석은 이번 연설에서도 "패권주의와 힘의 정치에 분명히 반대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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