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창립자 슈바프, 국가경쟁력 순위조작…브렉시트 개입

브렉시트 부정적 묘사 위해 英 순위 끌어내려…내부고발 따른 조사로 드러나
인도 순위 하락은 막아…슈바프 부부, 업무 외 활동에 거액 유용도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공식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초기 조사결과가 나왔다. 클라우스 슈바프(87) WEF 전 회장이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영국의 순위를 변경하도록 압박해 이러한 조작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GB 뉴스에 따르면 다보스포럼 설립자이기도 한 슈바프는 2017~18년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영국의 순위를 인위적으로 하락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국가별 생산성과 장기적인 번영을 평가했는데, 영국은 분석방식 변경에 따라 7위에서 4위로 상승했지만, 최종 보고서에서는 8위로 하락한 것으로 발표됐다.

슈바프는 내부 이메일에서 "브렉시트 지지 세력에 이용될 수 있다"면서 "영국이 (경제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당시 WEF 최종보고서는 브렉시트 투표가 순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도, 향후 영국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슈바프의 데이터 조작은 내부고발자의 고발 후 WEF가 조사를 벌이면서 드러났다.

슈바프가 인도의 순위 하락 역시 막으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인도는 20계단 하락이 예상됐으나, 슈바프는 "다보스 2019 전에 인도와의 관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실질적으로 1계단만 하락한 결과가 보고됐다. 이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다보스포럼 참석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사에 따르면 슈바프와 부인 힐데는 WEF 활동과 명확한 연관이 없는 83만6000파운드(약 15억 6000만 원) 규모의 비용을 청구한 일도 있었다. 또한 슈바프가 젊은 직원들과 부적절한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사 내용을 입수한 스위스 일간지 쥔탁스차이퉁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WEF 이사회의 의뢰로 스위스 법무법인 홈버거가 진행 중이다. 슈바프는 초기 조사 결과가 외부로 유출된 데 대해 "배신당했다"며 추가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영국에서는 정치권의 비판도 이어졌다. 프리티 파텔 영국 보수당 예비 외무장관은 "민주적 결정인 브렉시트를 왜곡한 것은 WEF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지적했고, 데이비드 프로스트 전 브렉시트 협상 대표는 "국제 엘리트 집단의 명백한 반브렉시트 정서가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

WEF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슈바프의 공식 데이터 개입 조작은 그의 세계화 중심 철학과 브렉시트의 국가주의적 성격이 상충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슈바프는 대표적인 '다보스맨'으로 평가되는데 이 용어는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만든 것으로, 국경을 장애로 인식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별로 없는 글로벌 엘리트를 지칭한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