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청소년 성전환 수술 병원에 자금 지원 중단 검토"

9개 소아 병원 대상 호르몬 요법·사춘기 억제제 등 '젠더 치료' 금지
일부 병원, 이미 진료 중단…메디케이드 자격 원천 박탈도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동·청소년에 성전환 수술 등의 '젠더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메흐메트 오즈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 국장이 지난 달 30일 성전환 수술, 호르몬 요법, 사춘기 억제제 등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서한을 미국 내 9개 소아 병원에 보낸 뒤 30일의 기한이 지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오즈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실험적이고 인생을 바꿔버릴 위험이 있는 시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며 "우리는 병원과 주(州)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이러한 위험에 대해 경고했으며 이를 막기 위한 규제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CMS는 아직까지 병원들에 구체적인 제재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전환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에 대해 메디케이드 및 건강보험거래소 보험을 통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병원이 치료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아예 메디케이드 참여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어린이 병원은 메디케이드에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CMS가 서한을 보낸 병원은 △필라델피아아동병원 △시애틀아동병원 △로스앤젤레스아동병원 △보스턴아동병원 △워싱턴DC 아동국립병원 △UCSF 베니오프 아동병원 오클랜드 △콜로라도아동병원 △피츠버그 UPMC아동병원 △신시내티아동병원 9곳이다.

이 가운데 보스톤,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병원은 CMS의 조사에 응하겠다는 답장을 보냈으며, 콜로라도와 오하이오에 있는 병원은 WSJ에 조만간 응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정부에 따르면 아직 실제 자료를 제출한 병원은 없다.

일부 병원은 이미 치료 중단·변경을 결정했다.

로스앤젤레스아동병원은 CMS 조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젠더 진료 프로그램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지원금은 병원 연간 수익의 65% 이상을 차지한다. 병원 측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정 중단에 대한 위협은 더 이상 가상의 위협이 아니다"라며 "병원 측에 다른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다"고 알렸다.

피츠버그의 UPMC 아동병원은 사춘기 억제제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행정부 문건, 명령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우리 의료진이 더 이상 범죄 혐의 없이는 특정 젠더 확정 치료들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보스턴아동병원 측은 "매사추세츠주 법에 따라 성별 확정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CMS 서한 내용을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성년자 대상 젠더 치료 전면 단속 움직임의 일환이다. 법무부는 앞서 4월 관련 수술을 시행하거나 약물치료에 대해 가족을 오도하는 병원과 의료진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연방대법원도 이달 각 주가 미성년자 대상 시술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보건 연구단체 KFF에 따르면, 현재 미국 27개 주가 아동 및 청소년의 젠더 관련 치료에 대한 제한 정책 또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치료 옹호자들은 이러한 치료가 성별 불쾌감을 겪는 청소년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장기적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엘런 칸 인권 캠페인 부대표는 "의료적 결정은 의사와 환자, 가족이 함께 내려야 한다"며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치료는 청소년의 우울증, 불안, 자살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CMS는 의료를 보호해야지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