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W "세계여성의 날에 한국에선 박수칠 일이 없어"

비동의 간음죄 인정 안 되는데 임신중지 약물 유통·구매는 불법
디지털 성범죄는 2018년보다 11배 증가

7일(현지시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게재한 '세계 여성의 날, 축하할 만한 일이 없는 한국' 기고문 갈무리 (출처 HRW 누리집)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7일 기고를 통해 여성의 신체적 자유와 안전에 무관심한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기고는 한국에서 2023년 세계 여성의 날은 더 큰 역경의 해가 왔음을 알리며 시작된다.

HRW는 임신중지약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비동의 간음죄 도입은 좌절되고, 디지털 성범죄는 늘어만가는 한국의 현실을 지적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한 지 3년 이상 흘렀지만 여전히 임신중지 시술 정보는 암암리에 공유된다.

시술 이전에 안전히, 원치 않는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약품을 구하기는 더 어렵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KCSC)는 2020년 12월 임신중지약을 주문할 수 있는 웹사이트 '위민온웹'(Women on Web) 접근을 차단했다. 불법 식·의약품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KCSC가 불법 의약품이라고 한 약품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필수 의약품'에 포함된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가부 폐지' 5글자 공약을 발표한 뒤 적막이 흐르는 여가부. 2022.1.1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HRW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워 반 페미니스트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다고 일침했다.

지난 2월 여성가족부가 추진한 비동의 간음죄(강간죄) 도입을 "개정 계획이 없다"는 한마디로 철회시킨 법무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가부는 현행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 요건인 '폭행·협박'이 실제 상황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8년간 개정을 준비해왔다. 위계를 악용한 권력형 강간이 발생해도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당시 입증책임을 검사가 아닌 피고인에게 전환하게 될 것이라며 개정 의지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단체는 성폭력을 바라보는 법무부의 시각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위험하다'고 했다.

또 HRW는 2021년 한국여성인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 으로 나타났다.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2018년 이후 11배나 증가했다.

HRW는 여성의 신체 자유와 안전에 무관심한 정부의 태도가 페미니즘 관련 논의를 더 분열시키고,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에 △임신중지 약물인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제공 △여가부 유지 및 활동 지원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방문해 사무실을 둘러보며 종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2022.6.22/뉴스1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