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노벨상 수상자들, 13억 상금 어떻게 썼나
- 이지예 기자

(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은 800만 크로나(약 13억원) 상당의 막대한 상금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이번 주 노벨상 시상이 마무리되고 언론의 뜨거운 관심과 공식석상 출현으로 바쁜 시간이 지나가면 수상자들은 갑자기 생긴 고액의 상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수상자들은 성격이나 관심사에 따라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상금을 활용했다. 취미생활에 상금을 대거 투자한 이가 있는가 하면 노후대비용으로 저축한 수상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01년 노벨의학상을 공동수상한 폴 너스 박사(영국)는 상금으로 자신의 오토바이 기능을 향상시키기로 결정했다.
1993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리처드 로버트 박사(영국)는 자택 앞마당에 크리켓 경기장을 설치했다.
200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여성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상금을 받고 '재정적 독립'을 이뤘다고 기뻐했다.
라르스 하이켄스텐 노벨상재단 이사장은 수상자들 사이 분명한 사용추세는 없다며 각자의 출신국, 재정상태, 주거지 등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13억이라는 금액이 거액처럼 보이긴 하지만 공동수상자가 나온 경우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노벨상은 분야별로 최대 3명까지 공동수상이 가능한데 이 경우 수상자 전원이 상금을 나눠 갖게 된다.
지난 2001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동료 2명과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볼프강 케털리 박사(독일)는 배당받은 몫으로 집을 사고 아이들 교육에 투자했다.
케털리 박사는 "미국에서는 (상금) 절반이 세금으로 나가기 때문에 남는 게 없다"고 농담했다.
1993년 노벨 의학상을 공동으로 받은 필립 샤프 박사는 100년된 복고풍 저택을 구입했다.
샤프 박사는 "상금은 노벨상 절차에서 좋은 부분"이라면서도 "상을 받아 중요한 것은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상을 탄 첫 해에는 행사, 강연 등의 일정이 넘쳐나기 때문에 수상자들이 상금활용 방법을 결정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 세르주 아로슈 박사(프랑스)는 "찾는 곳이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에 상금에 관해서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며 아마도 부동산 투자를 하게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인이나 단체, 운동가 등 대중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는 대상이 노벨상을 받는 경우엔 상금활용법이 한층 명확하다.
지난 2009년과 2012년 각각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EU)이 그렇다. 이들은 상금은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했다.
방글라데시 소액대출은행 그라민은행을 설립해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는 빈곤퇴치를 위해 상금을 사용했다.
유명인 수상자라고 해서 선뜻 상금을 기부하는 것만은 아니다.
192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우드로 윌슨 전 미국 대통령은 당시 정부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연금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은퇴 후의 삶을 위해 스웨덴 은행에 상금을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유로 노벨상 상금이 현재 금액으로 20% 삭감된 뒤로는 사적인 용도로 상금을 사용하는 수상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하이켄스텐 노벨상 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예방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하고 상금과 지출을 20% 줄였다"며 "영원히 시상을 이어가려면 미리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까운 미래에 상금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지만 노벨상 수상 소식에 불평할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아로슈 박사는 "상금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상을 받았다는 점이야 말로 상금없이도 값진 것"이라고 말했다.
ezyea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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