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핵 배치 금지 폐지' 개헌안 첫 표결 통과…러 반발

의원 141명 중 106명 찬성…"나토 핵억지력 활용해야"
내년 1월 최종 표결…크렘린궁 "긴장 고조 조치, 필요한 대응할 것"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발트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 의회가 자국 영토 내 핵무기와 외국 군사기지 배치를 금지한 헌법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첫 정식 채택 표결에서 가결한 것으로 6일(현지시간) 전해졌다.

개헌안이 내년 1월 최종 표결을 앞둔 가운데,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며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의회(세이마스)는 이날 해당 헌법 개정안에 대한 첫 정식 채택 표결에서 찬성 106명, 반대 18명, 기권 6명으로 개헌안을 가결했다.

리투아니아 국방부는 "이번 헌법 개정은 리투아니아가 나토의 모든 억지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토의 핵무기는 가장 효과적인 억지 수단이며, 나토의 핵우산은 이러한 억지력의 기반"이라며 "리투아니아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헌법에 이 같은 금지 조항을 둔 유일한 국가"라고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리투아니아 헌법 제137조는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나 외국 군사기지를 배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헌안이 최종 확정되려면 의회에서 한 차례 더 표결을 거쳐야 한다. 의회는 3개월간의 의무적 휴지기를 거친 뒤 내년 1월 12일 최종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최종 표결에서는 전체 의원 141명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94명 이상이 찬성해야 개헌안이 승인된다.

리투아니아 의회는 지난달 22일 개헌안 심의 과정에서 찬성 99명, 반대 13명, 기권 5명으로 안건을 통과시킨 데 이어 이날 첫 정식 채택 표결을 실시했다.

나토 회원국인 발트3국 가운데 리투아니아는 라트비아·에스토니아와 달리 핵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헌법 규정을 둬왔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나토 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이 같은 법적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앞서 리투아니아 정부는 지난 6월 미국 핵무기의 자국 내 배치 가능성과 관련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시 미국이 폴란드와 발트3국 등 나토 동부전선 국가들에 핵무기 운용이 가능한 전력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7월에는 핵무기와 외국 군사기지 배치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의 삭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이 리투아니아 의회에 제출됐다.

리투아니아의 개헌 시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이 격화하고, 발트3국과 폴란드 등 러시아 인접국에서 안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

리투아니아와 접경한 러시아는 빌뉴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며 경고를 보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리투아니아의 핵무기 배치 금지 폐지 논의와 리투아니아 내 미국 군사기지 설치 방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라고 규정하며, 러시아도 자국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기지는 군사 인프라의 일부"라며 "나토의 핵심 국가 가운데 한 나라(미국)의 군사 인프라가 러시아 국경에 가까워진다면 이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접국 영토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며 "러시아는 당연히 자국 안보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지난달 11일 리투아니아에 핵무기가 배치될 경우 러시아가 이를 군사적 대응의 근거로 간주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러시아가 대응에 나설 경우 나토가 리투아니아를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리투아니아는 세계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