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의원 자택서 X 누고 갔다"…나토 겨냥 러 '심리전' 의심

최근 1년간 의원들 자택 의문의 침입 약 20건
도난·파손은 없이 흔적만 남겨…전형적 러 정보기관 수법

22일(현지시간)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핀란드 남동부 라펜란트 소재 누지아마 국경 검문소 인근에 러시아를 탈출하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 서 있다. 2022.09.2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핀란드 의원들의 자택에서 지난 1년 사이 의문의 침입 사건이 20건 가까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영국 텔레그래프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의원의 자택에서는 누군가 남기고 간 것으로 보이는 배설물까지 발견되면서 러시아 정보기관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외교관과 언론인들을 상대로 자택에 침입하는 것은 오랫동안 러시아 정보기관이 상대방을 감시·위협하고 압박하기 위해 사용해 온 방첩 전술로 알려져 있다.

보통 개인 물품의 위치를 바꾸거나 창문을 열어두고 알람을 설정해 두는 방식으로 표적을 심리적으로 위협한다. 화장실에 대소변 등 배설물을 남기는 것도 이들의 수법 중 하나다.

다만 현재까지 이번 사건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유시 할라아호 핀란드 의회 의장은 "상당수"의 의심스러운 침입 사건이 지난해 발생했다며 현재 이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자택 침입 의심 사례는 20건 미만으로 모두 지난 1년 동안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제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도난당하거나 파손된 물건도 없었다. 대신 누군가 집 안에 들어왔다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정도의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한 의원은 핀란드 공영 방송 YIe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침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이 지난 가을과 겨울 두차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벽에 설치된 전기 콘센트가 분해돼 덮개가 방 한가운데 놓여 있었고, 주방 수납장 아래에 설치돼 있던 마감재가 뜯겨 바닥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집권 중도우파 국민연합당의 중진 의원 벤 지스코비츠는 일련의 사건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수법과 유사하다며 핀란드 의원들을 위협하기 위한 러시아의 공작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스코비츠 의원은 "이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사람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자 혼란이나 우려를 조성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의 반발을 샀다.

특히 핀란드는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있어 당국은 러시아의 사보타주나 영향력 공작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원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허용되거나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