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재결합' 꿈꾸는 영국…버넘, 재가입 국민투표 승부수 띄우나

버넘 총리 "EU 전면 재가입 포함 '모든 선택지' 검토"
10년 새 뒤바뀐 영국 내 여론…예산·국경 등 쟁점 논의는 '글쎄'

앤디 버넘 영국 총리. 2026.09.29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영국에서 유럽연합(EU) 재가입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앤디 버넘 총리가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차기 총선 승부수로 띄울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버넘 총리는 이번 주 집권 노동당 전당 대회에서 "브렉시트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규정하고 '유럽 파트너들과의 장기적 관계 재설정'을 당이 추진할 주요 의제로 천명했다.

버넘 총리는 EU 관세동맹·단일시장 재가입, 캐나다식 EU 준회원국 지위 확보를 넘어 EU 전면 복귀까지 영국과 EU의 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겠다고 BBC방송에 밝혔다.

채널4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EU 재가입을 노동당 공약에 포함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고 "현시점에서는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국민이 지지하는 방향에 따라 향후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 텔레그레프는 버넘 총리가 사실상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영국 총리실이 브렉시트 철회에 대한 국민 지지도를 파악하기 위해 싱크탱크와 여론조사기관을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취임한 버넘 총리는 그동안 국내 현안에 집중하겠다며 EU 재가입 논의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지켜왔다. 이후 러시아의 대유럽 하이브리드(혼합) 공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갈수록 심화하자 EU와의 관계 개선 문제를 전면에 들고 나왔다.

국제 무대에서 EU 27개 회원국이 공동 안보 대응을 위한 '비상 안보 의정서'와 역내 산업 보호 차원의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을 추진하며 뭉치는 사이 영국은 미국과 EU 모두로부터 겉도는 처지다.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찬성 52%, 반대 48%로 브렉시트를 결정하고 2020년 1월 공식적으로 EU를 탈퇴했다. 최근 여론은 10년 전과 반대다. 6월 유거브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5%가 EU 재가입을 지지했다.

브랙시트 지지자들. 2020.2.1 ⓒ 로이터=뉴스1

EU를 향한 영국인들의 여론 반전은 브렉시트 이후 정치 양극화 심화와 부진한 경제 성적표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10년 사이 6번이나 총리를 갈아치웠다.

버넘 총리는 기본적으로 EU 재가입을 지지한다. 과거 '살아 있는 동안' 영국이 EU에 복귀하길 바란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주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여론 조사상 현재 EU 복귀를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당은 키어 스타머 전 총리 재임 기간 지지율이 급락하다가 버넘 총리 취임 이후 민생 지원 정책에 힘입어 극우 개혁당으로부터 여론조사 지지율 1위 자리를 탈환한 상태다.

EU는 영국과의 재결합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버넘 총리의 EU 재가입 검토 시사에 "돌아오라"고 호응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말했다.

EU 본부의 한 소식통은 내달 EU-영국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영국이 새로운 관계 구축에 얼마나 진지한지 살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EU 예산 분담, 국경 개방 등 민감한 쟁점으로 들어가면 재결합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