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나토에 "칼리닌그라드 봉쇄시 핵무기 사용" 경고…긴장 고조(종합)

러 대사관 "핵 포함 모든 무기고 사용 준비"…나토 "무책임한 핵 위협" 반발
러 본토와 떨어진 발트해 월경지…러·나토 모두에 군사·지정학적 요충지

칼리닌그라드주(파란색 위치 표시 지역) .2026.09.30 ⓒ 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김범수 기자 = 우크라이나전으로 인한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서부 월경지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싼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긴장이 고조돼 주목된다.

나토 측이 러시아의 위협을 이유로 칼리닌그라드 인접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가운데 러시아도 나토가 칼리닌그라드 봉쇄를 시도할 경우 핵무기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양측의 대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떨어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 발트해 연안에 있는 러시아의 서부 월경지다.

아일랜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칼리닌그라드주가 고립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러시아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나토가 칼리닌그라드주를 대상으로 공중·해상 봉쇄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러시아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토 국가들이 칼리닌그라드주를 러시아의 나머지 영토와 고립시키려 할 경우 러시아는 자국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고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데 어떤 의심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는 무력충돌 위험이 높으며, 충돌 초기 단계부터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 내 의사결정 중심지를 상대로 선제타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위협했다.

대사관은 또 "서방 언론이 이른바 '러시아의 위협'이라는 주장을 매일 확산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의 목적은 유럽의 추가 군사화를 추진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군사·정치적 지원을 계속하기 위한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나토와의 외교 접촉을 담당하는 주벨기에 러시아 대사관도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칼리닌그라드주를 봉쇄하려 할 경우 자국 영토 방어를 위해 보유한 모든 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서부 국경 인근에서 나토의 군사 활동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가상의 '러시아 위협'을 억제한다는 명목의 각종 조치가 잇따르고 있으며, 여기에는 공격 작전을 연습하는 대규모 군사훈련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나토 대변인은 이날 "무력 위협은 물론 무책임한 핵 위협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명분 없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방어적 동맹인 나토의 어떠한 활동이나 훈련도 러시아 영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칼리닌그라드 주변의 발트해와 폴란드·리투아니아 일대에서는 나토의 군사 활동과 공중초계가 이어지고 있다.

나토는 이 같은 활동의 근거로 러시아의 위협 증가를 내세우고 있다. 나토와 유럽 각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원국들을 겨냥한 파괴공작과 사이버 공격 등 이른바 하이브리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최근 유럽에선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을 겨냥한 드론 공격과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 인근 열차 공격 등 러시아와 연계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나토 측은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술이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약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보고 대응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지난 11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주 인근에서 나토의 군사훈련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러시아의 반발을 샀다.

칼리닌그라드주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독일 동프로이센 북부 지역이었으며, 중심 도시는 쾨니히스베르크였다. 전후 1945년 포츠담회담 결정에 따라 소련에 편입됐고, 소련은 1946년 편입 지역을 소련 지도자 미하일 칼리닌의 이름을 따 칼리닌그라드주로 개칭했다.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와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해 러시아 본토와는 육로로 연결되지 않는다. 동쪽에는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을 따라 벨라루스와 칼리닌그라드 사이를 잇는 약 65km 길이의 '수바우키 회랑'이 자리해 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와 나토 모두에 군사·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다. 나토 입장에서는 발트 3국과 나머지 나토 회원국을 잇는 육상 연결부와 인접해 있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발트해로의 진출로이자 나토 진영에 맞서는 최서방 보루다. 이 지역의 나토 군사훈련이나 봉쇄 언급이 곧바로 러시아의 민감한 반발을 야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