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러 에너지 구매국 100% 관세" 가결…트럼프 서명할 듯(종합2보)

러 원유 수송 '그림자 선단'도 겨냥…제재·2차 관세 발동 여부는 미지수
러 "평화협상 어렵게 할 것" 반발…우크라 "러 에너지 수익 타격" 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생전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2019.11.0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미국 상원에 이어 하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5년째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에 강력한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러시아에 대한 관세와 제재 권한을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행사할지 주목된다.

인테르팍스·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16일(현지시간) 지난 7월 급사한 고(故) 린지 그레이엄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 생전 주도했던 '2026 린지 O. 그레이엄 대(對)러시아·이란 제재 법안'을 찬성 262표, 반대 159표로 가결했다.

앞서 지난달 상원을 찬성 86표, 반대 11표로 통과한 이 법안은 이제 백악관으로 보내지며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해당 법안은 당초 민주·공화 양당 상원의원들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강경 제재를 주장해 온 그레이엄 전 상원의원이 법안 마련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대러 신규 제재 법안은 장기전을 이어가는 러시아의 외화 자금줄을 조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안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5개국에 포함된 국가가 러시아산 에너지를 계속 구매할 경우 대통령이 해당 국가의 모든 상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인 중국·인도·튀르키예와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주요 수입처인 유럽연합(EU)·중국·튀르키예 등이 타깃이 될 수 있다.

또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모든 상품에 최고 5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한다.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며 러시아산 석유 등을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에 대한 제한 조치도 포함됐다.

법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당국자와 러시아 중앙은행, 스베르방크·가스프롬방크 등 주요 금융기관, 러시아 국영기업에 대한 제재도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인의 러시아 내 투자 제한과 미국산 에너지 자원의 러시아 공급 금지 조항도 담았다.

그레이엄 전 의원과 함께 법안을 공동 발의한 리처드 블루멘털 민주당 상원의원은 법안의 하원 통과를 환영했다.

그는 성명에서 "오늘은 우리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의 역사적인 승리"라며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 미국이 여전히 초당적 단결을 이뤄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법안 지지자인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의원도 이 법안에 대해 "러시아 정권의 자금줄을 압박해 결국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평화적 해결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사진) 2025.8.23 ⓒ AFP=뉴스1

다만 법안이 발효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부여된 대러 제재와 관세 부과 권한을 어느 수준까지 행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안에는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일부 조치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당한 재량권이 규정돼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 법안을 "유용한 수단"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대통령이 이를 사용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해당 법안이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인도는 즉각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에너지를 조달하겠다"고 반발했다. 중국에 추가 관세 부과 시 미중 무역 갈등 격화도 감수해야 한다.

지지자들은 해당 법안을 러시아를 종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종전 중재를 재개한 상황에서 실제 추가 제재와 관세 부과 수단을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까지 동원할지는 향후 미·러 협상 진행 상황 등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미 의회가 대러 추가 제재 법안을 가결한 데 대해 "비우호적 조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 "우리는 이 문서가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며 "추가 제재 도입은 우크라이나의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분명히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정책 담당 위원은 새로운 제재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수입을 타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원유 판매를 통해 계속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 같은 수익은 크렘린궁이 미사일과 드론 생산에 자금을 지원하고 외국산 부품을 구매하며 전장에서 입은 손실을 보전할 수 있게 해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을 구매하는 국가들에 부과하도록 법안에 규정된 관세가 러시아의 수익을 줄이고 러시아와의 거래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