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피살 '푸틴 정적' 넴초프 딸 국제수배…"反정부 재단 활동"

'자유를 위한 넴초프 재단' 설립…러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 지정
부친 넴초프, 크렘린궁 인근서 총격 피살…우크라 사태 러 개입 비판

2023년 2월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안보 회의에 토론 패널로 참석한 잔나 넴초바가 연설을 듣고 있다. 2023.02.19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가 10여년 전 피살된 야권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의 딸이자 그의 이름을 딴 재단 공동 설립자인 잔나 넴초바(42)를 궐석 구속하고 국제수배 대상에 올렸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시 법원은 17일(현지시간) 넴초바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의 활동을 조직한 혐의'로 앞서 내려진 궐석 구속 결정을 확정했다.

앞서 지난 7월 말 모스크바 자모스크보레츠키 구역법원은 넴초바에 대해 궐석 구속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모스크바시 법원 관계자는 "1심 법원의 결정은 그대로 유지됐으며 넴초바 측 변호인의 항고는 기각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국에 체류 중인 넴초바는 러시아로 송환, 혹은 추방돼 사법당국에 인계되거나 러시아 영토에서 체포될 경우 즉시 구금된다.

러시아 사법당국은 넴초바가 국제수배 대상에도 올랐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시 법원은 넴초바의 궐석 구속 배경이 된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넴초바는 앞서 이번 사건이 자신이 독일에서 공동 설립한 '자유를 위한 보리스 넴초프 재단'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넴초바는 2015년 2월 아버지가 피살된 뒤 독일로 이주해 같은 해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러시아어판 기자로 일했다. 2015년 11월에는 현지에서 '자유를 위한 보리스 넴초프 재단'을 공동 설립했다.

이 재단은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시민사회 발전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젊은 활동가와 언론인·연구자를 지원하고, 러시아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는 토론회와 연구사업, 보리스 넴초프의 정치적 유산을 기리는 활동 등을 벌여오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2024년 이 재단을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로 지정했다.

넴초바는 지난 7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에 대한 궐석 구속 결정에 관해 언급하면서 이 사건이 아버지의 이름을 딴 재단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대표적 반정부 야권 정치인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핵심 정적이었던 보리스 넴초프는 2015년 2월 2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의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다리 위를 걷던 중 총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분쟁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후 러시아 법원은 체첸계 남성 5명에게 살인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지만, 넴초프 측 인사들은 실제 범행을 지시·조직한 배후는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