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회원국? 그게 뭔데요" 캐나다 깜짝 제안한 EU 수장에 '술랑'

사전 협의 없이 발표…형평성·트럼프 자극 논란
"일본까지 가입 시키지" 뒷말까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과 로베르타 멧솔라 유럽의회 의장,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2026.09.16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지위를 추진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EU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미국의 돌출 행보로 금이 간 서방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였지만 EU 합류 자격을 놓고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연례 EU 국정 연설에서 "새로운 시대의 협력 관계를 시급히 재구상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캐나다가 EU의 첫 번째 준회원국이 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연설을 참관하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유럽의회 의원들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깜짝 발언에 박수갈채를 보냈지만 이후 EU 회원국 당국자들 사이에서 뒷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EU 지도부 및 각국 정부와의 사전 협의나 통보 없이 갑자기 캐나다의 준회원국 지위 추진을 발표하면서 회원국들 사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팽배하다고 보도했다.

EU의 준회원국 지위 부여는 전례 없는 일로, EU 조약상 준회원국에 관해 명시해 놓은 내용도 없다. 준회원국이 EU 의사결정과 국경 개방, 산업 규제 측면에서 어떤 권리를 누릴 수 있는지는 당연히 불분명하다.

사안을 잘 아는 한 유럽 외교관은 "아무도 준회원국 자격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외교관은 EU가 이미 캐나다 등 우방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은 상황에서 준회원국 지위가 실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회원국들 사이 캐나다와의 관계 격상 시 다른 우방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현재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등이 EU 가입을 원하고 있고 브렉시트로 EU를 등진 영국도 최근 다시 양자 관계 강화를 모색해 왔다. 연초 독일 주도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준회원국 지휘부여 논의가 나왔지만 흐지부지됐다.

폴리티코는 EU 관계자를 인용해 캐나다가 EU 준회원국이 되면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일본까지 미래 준회원국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베르타 멧솔라 유럽의회 의장은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불확실한 시대에는 우방이 중요하다"며 준회원국 지위가 호주, 뉴질랜드 등 유사입장국에 대해 EU 정회원과 후보국 지위 사이 '제3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상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들어 미국의 일방주의 행보로 전통적인 서구 동맹이 빠르게 균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기됐다. 카니 총리 역시 EU와 회원국 가입 형태가 아닌 '독특한 동맹'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캐나다 모두와 갈등을 빚어 온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캐나다 준회원국 추진에 "우스꽝스럽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조금이라도 적대적 행위로 판단된다면 매우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거나 유럽과 많은 품목의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