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의회, 조력존엄사 합법화 또 막았다…"취약계층 생 포기 우려"

영국 내 안락사 논쟁…의료적 조력사 허용안 16표 차 부결
취약계층 압박·돌봄 체계 미비 우려…2015년 이어 입법 무산

런던 빅벤 국회의사당 전경. 2026.07.19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영국 하원이 말기 환자의 의료적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부결했다.

국민 여론은 찬성이 우세했지만, 취약계층 보호 장치와 돌봄·사회보장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의회의 판단을 좌우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찬성 270표, 반대 286표로 조력 존엄사 합법화 법안을 최종 부결했다.

이번 법안은 로런 에드워즈 노동당 하원의원이 발의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거주 중증 말기 환자가 엄격한 요건 아래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임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법안은 하원 표결이라는 첫 관문을 넘지 못하면서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내년 봄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기 내 재발의도 불가능하다.

에드워즈 의원은 연명 치료와 임종 선택권을 둘 다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 진영은 조력 존엄사 제도가 경제적·정서적으로 취약한 환자에게 사실상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족에게 부담이 된다는 인식 또는 압박이 환자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앤디 버넘 총리는 이번 법안을 두고 중립 입장을 유지했으며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는 영국 국민 약 3분의 2가 조력 존엄사 허용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의회 표결 결과는 달랐다.

영국 의회에서 조력 존엄사 입법이 좌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에도 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유사한 내용의 안락사 합법화 법안이 하원 표결에 부쳐졌으나 찬성 118표, 반대 330표로 부결됐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