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 천국' 몰디브, 러 제재 회피 통로 됐다…연 수억달러 환적
몰디브 공항 허술한 세관 검사…중·러 관광객 의존도 높아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인도양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몰디브가 러시아의 제재 회피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몰디브 공항에서는 제재 대상 물품이나 제재 대상 기업으로 향하는 연간 수억 달러 규모의 물품이 오가고 있다.
러시아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의 항공편은 매일 아침 몰디브 수도인 말레의 공항에 도착한 뒤 약 2시간 동안 화물을 싣고 돌아가는데 해당 화물은 러시아 항공사인 S7 항공과 정비 자회사 등 제재 대상 기업들로 유통되고 있다.
화물에는 △민간 장비와 정교한 미사일 유도 시스템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 △적군의 병력 배치를 추적하는 위성에 필요한 광학기기 △상업용 여객기나 전투기, 장거리 로켓에 사용할 수 있는 고강도 항공우주용 리벳과 볼트 등과 함께 산업 및 군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도 포함되어 있다.
수출입 데이터 보유사인 임포트 지니어스가 수집한 러시아 무역자료에 따르면, 산업 기반이 없는 몰디브의 대러시아 수출액은 2021년 7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 2022년에는 6억 3000만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또한 몰디브공항공사는 화물 취급 수수료와 상업 수수료를 부과하고 항공유를 재판매하면서 지난 2024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며 몰디브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국영기업으로 올라섰다. 지난 7월에는 일일 화물 운송량이 126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몰디브를 제재 회피 거점으로 활용하는 데는 허술한 세관 검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화물이 몰디브에 도착할 때는 운송장에 수출한 기업명과 명목상 구매자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만, 몰디브 현지 기업들이 운송장을 변경하고, 화물을 곧바로 다른 비행기로 옮기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새로운 운송장에는 물품을 판매한 기업의 이름이 기재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몰디브 세관 인력이 제한적이고 몰디브를 경유하는 물품에 대한 검사가 최소한으로 이뤄진다며 환적 화물은 일반적으로 물리적 검사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몰디브 입장에서는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서 오는 관광객이 두 번째로 많다는 점에서 자칫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가 틀어져 주요 산업인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러시아가 몰디브를 통해 제재를 회피하는 물품의 규모는 중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회피 경로와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규모다. 이들 3개국을 통한 러시아의 제재 물품 수입 규모는 연간 약 15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럼에도 몰디브를 통한 제재 회피는 러시아의 제재 회피 시도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보여준다고 WSJ는 전했다.
키이우 경제대학원 산하 연구기관의 파블로 슈쿠렌코 연구원도 "통상적으로 의심받는 국가들을 훨씬 벗어난 곳에도 효과적인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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