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제재 러시아, '디지털 루블' 본격 도입…송금·결제 활용

중앙은행 플랫폼에 계좌 개설…우호국과 국경 간 결제에도 활용 추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자리한 러시아 중앙은행 2023.8.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에서 1일(현지시간)부터 '디지털 루블' 사용이 본격화됐다. 러시아 국민들은 이날부터 자국 중앙은행 플랫폼에 디지털 루블 지갑(계좌)을 개설해 송금하거나 상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루블은 시중은행 계좌에 보관되는 기존 비현금 루블과 달리 러시아 중앙은행 플랫폼에 직접 보관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로, 러시아는 결제 비용 절감과 금융 인프라의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도입을 추진해 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디지털 루블은 현금과 비현금 결제 방식에 추가되는 러시아 법정통화의 새로운 형태다. 기존 현금이나 은행 계좌에 보관되는 루블을 폐지하거나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알라 바키나 러시아 중앙은행 국가결제시스템국장은 리아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루블은 송금과 결제를 위한 추가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루블을 사용하려면 러시아 중앙은행 플랫폼에 지갑을 개설해야 한다. 지갑 개설은 주요 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진다.

개인과 기업은 각각 하나의 디지털 루블 지갑만 개설할 수 있으며, 개인사업자는 개인용 지갑과 사업용 지갑 등 모두 2개를 개설할 수 있다.

현재 디지털 루블 지갑 개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은행은 스베르방크와 VTB, 가스프롬방크, 알파방크, T-방크, 러시아농업은행, 유니크레디트방크, 라이파이젠방크, 소브콤방크 등 12곳이다. 이들 은행은 러시아 결제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밖에 결제서비스 시장에서 중요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러시아방크와 상트페테르부르크방크, 치프라방크, TKB, 루스키스탄다르트, 오존방크 등에서도 향후 디지털 루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용자는 시중은행 계좌에서 중앙은행 플랫폼에 개설된 디지털 루블 지갑으로 돈을 보내 충전한 뒤 송금이나 결제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개인이 시중은행 계좌의 비현금 루블을 디지털 루블 지갑으로 충전할 수 있는 한도는 월 30만 루블(약 470만 원)이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디지털 루블로 결제하려면 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용 QR코드를 스캔한 뒤 결제 수단으로 디지털 루블을 선택하고 승인하면 된다.

결제 서비스는 당장은 연 매출 1억 2000만 루블(약 18억 원)을 넘는 대형 유통업체에서만 우선 도입된다.

러시아의 주요 온라인 쇼핑몰 와일드베리스와 오존을 비롯해 아에로플로트, S7, 레드윙스, 스마트아비아 등 항공사와 아에로익스프레스, 그랜드서비스익스프레스 등 운송업체, 마그니트·렌타·딕시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디지털 루블 결제 도입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아울러 디지털 루블은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결제에도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말까지 개인 간 송금과 개인의 가맹점 결제에는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으며, 기업에 적용되는 수수료도 기존 은행의 유사 거래 수수료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방의 금융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이미 미르(Mir), 신속결제시스템(SBP) 등 자체 결제망을 구축한 상태지만, 디지털 루블을 통해 중앙은행 플랫폼에 기반한 금융 인프라를 추가로 확충하고 향후 우호국과의 국경 간 결제에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러시아뿐 아니라 바하마·나이지리아·자메이카 등이 이미 정식 도입했으며, 중국도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