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지원 막으려 유럽에 드론 침범 등 '회색지대' 공세
저강도 도발로 나토 분열·각국 내 공포 확산 노려
'방러' 美 CIA국장, 러에 "유럽 공격 말라" 경고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 중인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회색지대'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달간 유럽 각국에서는 드론 침범, 파괴 공작(사보타주), 사이버 공격 등 러시아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적대적 행위가 연이어 보고됐다.
이달 초 독일 라이프치히 할레 공항에서는 고성능 폭발물이 장착된 여러 대의 드론이 발견됐다. 이들 드론은 공항에 주기가 돼 있던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화물기를 공격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드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 상공에 반복적으로 침입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 비행 중인 우크라이나 드론의 통제권을 빼앗아 핀란드 등 유럽 상공으로 침입하게 한 사례도 나왔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이달 방위산업체 '밀렘로보틱스'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러시아의 방해 공작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탈리아·불가리아·핀란드 군수시설에서 최근 발생한 폭발·화재 사건 역시 러시아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사하이다치니 안보센터에 따르면 유럽 내 러시아 배후 사건의 빈도는 지난 2024년 이후 월 최대 10건 정도에 머물렀지만, 지난 4월부터 월 15건 정도로 증가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차단하고 나토 회원국 간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회색지대'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하기 위해 장거리 드론을 투입, 본토의 에너지 시설과 산업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있다. 러시아도 똑같은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공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자금과 물자를 제공하는 나토 회원국을 노리기 시작했다.
레미기유스 브리디키스 리투아니아 민간정보국 국장은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으며, 이들이 노리는 부수적 효과 중 하나는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WSJ에 전했다.
러시아는 집단방위 조항 나토 조약 제5조가 발동될 정도의 공격은 피하면서 회원국들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될수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반대 논리가 힘을 얻게 되며, 국내 정치에도 혼란을 야기해 위기 시 대응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
마르코 미켈손 에스토니아 의원은 러시아의 "주된 관심사는 유럽의 '현상'(status quo)을 바꾸는 것"이라며 "그들이 다른 국가에서 시도했던 선거 개입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지난주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러시아를 전격 방문한 배경에도 유럽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 강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WSJ는 랫클리프 국장의 러시아 방문이 러시아가 향후 몇 년 내에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새로운 정보 평가에 따라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지 말라는 경고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러시아의 회색지대 공격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동유럽 나토 회원국들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유지하고 자국 국방비 증액에 대해서도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친러시아 유권자가 상당한 루마니아는 최근 드론 침범 사태가 잇따르면서 러시아에 대한 여론이 냉담해졌다. 지난달에는 루마니아 전투기가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 3대를 격추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러시아와 루마니아는 상대국 외교관을 추방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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