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대신 드론·로봇이 전투"…우크라, 세계 최초 무인 열병식

독립 35주년 기념 키이우서 육해공 드론 100종 선보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드론 열병식 장면. 2026.08.24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4년 넘게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세계 최초로 드론과 로봇으로만 구성된 무인 열병식을 선보였다. 군인과 탱크 수가 아닌 기술이 승리를 좌우하는 미래 전쟁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24일(현지시간) 독립 35주년을 기념해 수도 키이우에서 육해공 드론 100여 종으로 구성한 사상 최초의 드론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강해지는 법을 안다"며 "이 전쟁을 특징짓고 인명과 독립을 지킬 수 있게 해준 무인 기술로 다른 나라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키이우 거리는 테르미트(TerMIT), 리시(Rys), 심바(Simba), 아르달(Ardal), 즈미이(Zmiy), 라텔(Ratel) 등 무인 지상 차량(UGV) 30대가 채웠다. UGV는 전장에서 화력 지원과 적진 공격에 쓰이는 것은 물론 정찰, 지뢰 매설 및 제거, 탄약·보급품·장비 수송, 부상자 후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키이우를 관통하는 드니프로강은 시베이(Sea Baby), 마구라(Magura), 사르간(Sargan) 등 무인 수상함(USV) 9척이 물살을 가로질렀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기간 개발한 USV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해상 격전지인 흑해에서 러시아 함대를 위협한다.

하늘에는 P1-선(P1-Sun), 리타우르(Litavr), 스팅(Sting) 등 공중 목표물 요격기 18대가 등장했다. 이들 드론은 러시아가 도입한 이란산 샤헤드 자폭 드론 등 여러 유형의 드론을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수한 기술을 갖추고도 저렴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폭발물 장착 드론. 자료사진. 2025.05.23. ⓒ AFP=뉴스1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우크라이나 드론이 흑해에서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면. 자료사진. 2026.07.17 ⓒ 로이터=뉴스1

뱀파이어(Vampire), 라사르(Lasar), 헤비샷(Heavy Shot) 등 폭격용 드론 27대도 키이우 상공을 날았다. 이들은 적군을 추적해 요새와 참호를 파괴하고 원격으로 지뢰를 설치하는 역할을 한다. 지상 보급이 불가한 지역에 물과 탄약, 장비를 보급하기도 한다.

이 밖에 목표물 명중을 위해 수십 km 떨어진 위치에서도 적의 이동 경로를 탐지하고 좌표를 파악하는 샤크(SHARK), LF-400 등 정찰 드론도 키이우 하늘을 수놓았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시작되자 무인 부대를 적극 육성해 대규모 병력과 재래식 무기를 보유한 러시아에 맞서 왔다. 올해 들어서는 중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본토 및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점령지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집중 공세를 가하고 있다.

유럽 전문매체 유로뉴스는 "병사도 탱크도 장갑차 행렬도 없었다. 병사들과 똑같은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로봇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며 "무인 기술이 전장의 모습을 뒤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드론 전문가인 올렉산드라 몰로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항공학 박사는 ABC뉴스에 우크라이나가 무인 전력으로 구축한 '현대전 생태계'가 전장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 축적한 지식, 경험, 기술 측면에서 동맹국들에 귀중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