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탈러 행보 가속…'CSTO 탈퇴·EU 가입' 의지 재확인

파시냔 "옛 소련권 군사동맹 CSTO서 제명돼도 만족…EU 가입 착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남캅카스의 옛 소련 국가 아르메니아가 러시아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서 탈퇴하고 유럽연합(EU)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24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2026~2031년 정부 프로그램을 설명하면서 아르메니아가 CSTO에서 제명될 경우 만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CSTO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군사동맹으로, 현재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아르메니아 등 6개국이 회원국이다. 아르메니아는 법적으로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파시냔은 "CSTO가 아르메니아를 제명하기로 결정한다면 매우 만족할 것"이라며 "적어도 탈퇴할지 말지를 둘러싼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르메니아의 CSTO에 대한 관심은 이미 소진됐다며 향후 5년간 기구 내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는 이웃 숙적 아제르바이잔과의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과정에서 CSTO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며 2024년 2월 이 기구 내 활동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파시냔은 당시 CSTO 회원국 가운데 일부가 아제르바이잔의 전쟁 준비를 도왔다고 비판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양측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섰다"고 선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6월 아르메니아가 2년 넘게 CSTO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회원국들이 제명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파시냔 총리는 이날 아르메니아가 조만간 EU 가입 신청 절차에도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르메니아는 EU 가입을 위한 공식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이는 상당한 작업이 필요한 과정으로, 가까운 시일 내로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메니아 의회는 지난해 3월 EU 가입 절차 개시를 위한 법률을 채택했다.

아르메니아는 오랫동안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권 군사·안보협력체인 CSTO와 경제협력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자국 내에 러시아군 기지 주둔까지 허용하며 모스크바와 긴밀한 군사·경제·외교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과의 잇단 무력 분쟁 이후 러시아와 CSTO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EU와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의 친서방 행보에 반발해 일부 상품 수입을 제한하고, 특혜 가격에 제공해 온 에너지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파시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시민계약'이 지난 6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아르메니아의 탈러·친서방 노선은 당분간 계속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