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매체 "러, 유럽 방산공장 겨냥 사보타주…나토 결속력 시험"

서방 정보당국 "현지 범죄조직 포섭해 방화·폭발 등 공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사진> 2026.1.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유럽 방산업체들을 겨냥해 현지 범죄조직을 동원한 새로운 사보타주(파괴 공작)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서방 정보당국을 통해 제기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복수의 서방 정보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가 배후를 입증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 현지 범죄 조직원을 포섭해 유럽 각국의 무기 공장 등을 공격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집단방위 조항인 '북대서양조약' 제5조가 발동될 정도의 공격은 피하면서 동맹국들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위협을 경고해 온 폴란드·발트3국 등 동유럽 회원국과 확전을 우려하는 서유럽 국가 사이의 온도 차를 확대하려 한다는 게 서방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북대서양조약' 5조는 나토의 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집단방위 조항이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있는 방산업체 밀렘 로보틱스 건물에서 불이 나 에스토니아 당국이 방화 및 사보타주 가능성과 함께 러시아가 연루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밀렘은 우크라이나군에 무인지상차량 등을 공급하는 업체다.

라트비아 국가보안국도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국을 도와 다른 국가에 적대적 활동을 벌인 혐의'로 자국민 3명을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이달 10일엔 불가리아 벨리차에 있는 방산업체 EMCO의 탄약고에서 화재와 연쇄 폭발이 발생했고, 사흘 뒤인 13일엔 이탈리아 로마 남동쪽 콜레페로의 KNDS 앰모 이탈리아 탄약공장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각국은 이들 사건에 대해 방화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으나,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자국 사건과 관련해 "내부 문제 외의 원인을 시사하는 징후가 없다"며 러시아 배후설에 선을 그었다.

반면 러시아 정보기관의 개입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례도 있다. 리투아니아 당국은 2024년 우크라이나군용 전파분석 장비를 생산하는 TVC솔루션스 공장에 대한 방화 시도 사건의 배후로 올 1월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을 지목했다. 이 사건으로 스페인·콜롬비아·쿠바·러시아·벨라루스 국적자 등 6명이 기소됐다.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직접 대상국에 들어가기보다 텔레그램 등을 통해 현지 범죄조직과 접촉하고, 중간책이 실제 범행자를 모집해 암호화폐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관련 공격을 모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공격 실행자들은 자신이 러시아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