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진 푸틴, 대규모 동원령 준비 구체화…전국서 준비태세 점검"
WSJ 보도…"지난달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서도 세부사항 살펴"
"병력보충 어려움에 돈바스 장악 의지도 작용"…청년들 혼란·경제 부담 불가피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러시아가 지난달 칼리닌그라드에서 새로운 동원령에 대비한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서방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서 주민 동원을 위한 준비 태세와 절차를 점검했으며, 동원된 주민에게 숙소와 식량·무기를 어떻게 제공할지를 비롯한 세부 사항을 살폈다고 설명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러시아 역외 영토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칼리닌그라드의 지리적 위치와 적은 인구를 취약점인 동시에 유럽 내 유용한 교두보로 여겨왔다.
칼리닌그라드는 1945년 소련이 독일로부터 점령한 뒤 오랫동안 발트해에서 러시아의 유일한 부동항 역할을 했다. 러시아는 나토를 견제하기 위해 때때로 칼리닌그라드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서방 정보기관은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서 동맹국인 벨라루스를 잇는 폴란드·리투아니아 접경 지역인 수바우키 회랑의 일부를 장악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복수의 서방 정보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칼리닌그라드에서 실시된 이번 훈련은 실제 동원령이 내려질 경우를 대비해 러시아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훈련 중 하나다.
러시아는 아직 실제 동원령을 내릴지 결정하지 않았으며 9월 말 의회 선거가 끝나기 전까진 결정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체를 장악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지가 결국 동원령을 강제할 수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최근 몇 달간 러시아는 전장에서 죽거나 다친 병력을 보충할 만큼 충분한 신규 병력을 모집하지 못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기술 발전으로 러시아 병사가 전선에서 생존하는 기간은 불과 몇 분에서 며칠 또는 몇 주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유럽과 미국 관리는 러시아의 인력 부족이 푸틴 대통령으로 하여금 수년 만에 볼 수 없었던 대규모 동원령을 내릴 수밖에 없게 만들 수 있다고 평했다.
푸틴 대통령이 무너져가던 러시아군 전선을 안정시키기 위해 2022년 9월 발령한 마지막 동원령은 러시아 전역에 혼란을 촉발했다.
당시 수십만 명의 남성이 러시아를 떠났다. 공항에 항공권을 구하려는 사람이 몰리고, 조지아나 카자흐스탄 같은 인접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국경에서 몇 시간 줄을 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근래 들어 동원령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러시아 내부의 불안감이 커졌고, 러시아 남성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급히 출국할 방법을 온라인에서 찾아보고 있다.
동원령은 러시아군의 전선을 강화하고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마지막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뱐스크를 향한 푸틴의 진격을 가속화할 수 있다.
다만 겨울철을 앞두고 전투가 둔화되는 연말에 가까운 시점에 동원이 실시될 경우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WSJ은 내다봤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코프먼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올해엔 사실 너무 늦었다. 2027년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가 돈바스 나머지 지역 점령처럼 올해 달성하려는 목표에 구체적인 시간표를 갖고 있다면, 몇 달 전 이미 동원을 실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동원은 이미 취약해진 러시아 경제에도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알렉산더 콜리안드르 이사는 "러시아는 군사적 성과를 위해 미래를 더욱 담보로 잡히게 될 것"이라며 "동원된 사람들에게 식량과 숙소, 무기를 제공하고 급여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인력이 부족한 노동 시장에서 이 사람들을 빼내야 하는데, 이는 정부 예산에 엄청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병력 모집은 공식적으로는 자발적 지원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병력을 늘리기 위해 강압적 수단과 기만, 심지어 폭력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 몇 년간 군 복무 대상 연령 남성 전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징병 사무소에 출석해야 하는 대상자에게 통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통지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단계적으로 징병 규모를 늘릴 수 있다.
독일 사회민주당과 연계된 싱크탱크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러시아 분석가 알렉세이 유수포프는 "소규모로 조금씩 소집하는 게 러시아엔 더 쉽다"며 "2022년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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