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항만 공격에 우크라 곡물 수출 '마비'…올해 GDP 2% 감소 전망
러, 곡물 수출 90% 담당 오데사 항만 집중 공격…국내 가격도 폭락
밀 수출 전망 1760만톤→830만톤…농가 줄파산·3000만톤 적체 우려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 항만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수확철 한가운데서 사실상 멈춰 섰다. 이에 따라 올해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이 약 2%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데사 지역 항만은 평소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약 90%를 담당한다. 우크라이나는 옥수수·밀·보리 등의 주요 수출국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격으로 화물 흐름이 사실상 멈추면서 우크라이나 농민들은 수확한 곡물을 보관하거나 큰 손실을 감수하고 헐값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농업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농산물 수출은 우크라이나 전체 수출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농민 라빌 자말리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한때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지역에서 물러난 뒤 농장으로 돌아와 밭의 지뢰를 제거하고 밀과 보리, 해바라기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올해 800㏊ 농지에서 좋은 수확을 기대했지만 수출길이 막히면서 생산물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그는 팔지 못한 곡물 수 톤(t)을 밭에 설치한 비닐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 내년 3월까지 곡물을 보관할 수는 있지만, 수출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 전체 곡물 저장 능력은 이르면 오는 11월 한계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차질은 이미 우크라이나 국내 곡물시장에도 압력을 가하고 있다. 거래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곡물 가격은 국제 시세의 약 3분의 1 수준에 그쳐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농민들이 수확물을 팔지 못하면서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일부 농가는 가을 파종을 늦추거나 경작 면적을 줄이고, 파종 시기가 더 늦은 작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수출 차질로 올해 우크라이나가 최대 25억달러(약 3조4000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농가의 대규모 파산 위험도 커지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에 따른 우크라이나 경제 손실이 2026년 GDP의 1.8%, 2027년 GDP의 2.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농업 생산자들에게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이미 승인했으며 곡물 저장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관련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유럽연합(EU)에 2억2000만유로(약 3500억원) 규모의 보조금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철도망과 다뉴브강 항만을 이용하는 대체 수출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수송로의 처리 능력은 제한적이고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체 운송은 기존 해상 운송보다 비용도 많이 든다.
우크라이나 농업정책부는 항만 문제로 인해 2026∼2027년 밀 수출량이 기존 전망치 1760만톤에서 830만톤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시즌 모든 대체 운송로를 동원하더라도 수출할 수 있는 농산물은 약 300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비슷한 규모의 농산물은 저장시설에 남거나 밭에서 썩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엔은 지난 7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항만과 선박 공격이 국제 곡물 운송에 차질을 야기하고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측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2년 2월 전면전 개시 이후 올해 8월 초까지 우크라이나 항만 인프라 시설 1054곳을 파괴하거나 훼손하고, 민간 선박 232척을 공격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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