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戰 주역' 우크라 前국방 "통치위기…전시 대선 치러야"(종합)

페도로우 "민주주의, 러시아 인질 될 수 없어"…젤렌스키에 공개 도전장
젤렌스키 임기 넘겨 7년 이상 재임 중…가상 결선서 페도로우 크게 우세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2026. 01. 1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김경민 기자 = 미하일로 페도로우(35)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18일(현지시간) 국가가 구조적인 통치 위기에 직면했다며 전시 대선 실시를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페도로우는 이날 공개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장기전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완전한 민주적 절차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합법적이고 안전하며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후 우크라이나의 주요 정치인이 전시 선거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페도로우는 "민주주의가 러시아의 인질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바로 자유로운 유럽 국가로 남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인들과 해외에 거주하는 수백만명의 우크라이나 국민, 전선 인근 지역 주민들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를 치르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런 어려움이 (선거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평화로운 시기에만 누리는 사치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지키고자 싸우고 있는 가치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페도로우는 전시 상황에서의 부패와 관료주의적 비효율도 비판했다. 국방 예산이 잘못 사용되면 군에 드론과 탄약, 전자전 장비, 차량 등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우크라이나의 전투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페도로우의 이 같은 발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앞서 이날 예우헤니 흐마라 국방장관 대행을 정식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페도로우의 국방장관 복귀를 요구하는 시위가 한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흐마라를 차기 국방장관으로 정식 지명했다. 흐마라 임명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인준 표결은 19일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페도로우의 전시 대선 요구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공개 도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5월 5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후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계엄령이 선포됐고 우크라이나 법률에 따라 계엄령 중 선거가 중단되면서 2024년 예정됐던 대선도 치러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헌법에 따라 현직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권한을 행사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6.08.08 ⓒ 로이터=뉴스1

페도로우는 2019년 28세의 나이로 부총리 겸 디지털전환부 장관에 임명돼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연소 장관이 됐다.

그는 디지털전환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드론을 전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앞장섰으며,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의 전투 양상을 바꾼 드론전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올해 1월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뒤에는 데이터에 기반한 국방부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당시 총사령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취임 6개월 만인 지난달 해임됐다.

페도로우 해임 이후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그의 복귀와 시르스키 경질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시르스키를 경질했지만 페도로우를 국방장관으로 복귀시키지는 않았다.

페도로우는 이날 자신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페도로우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경우 큰 격차로 승리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달 초 발표된 우크라이나 사회연구센터 소시스(SOCIS)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1차 투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2.3%로 1위,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국 대사(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는 21.4%로 2위, 페도로우는 13.1%로 3위를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결선투표를 가정한 양자대결에서는 잘루즈니가 66.2%로 젤렌스키 대통령(33.8%)을 크게 앞섰고, 페도로우 역시 63.8%로 젤렌스키 대통령(36.2%)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20∼2024년 젤렌스키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드미트로 쿨레바 전 외무장관도 이날 전투가 계속되더라도 대선과 의회 선거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전시 선거론에 가세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