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총리' 댓글에 수사…獨 '정치인 모욕 가중처벌법' 논란

메르츠 총리 '거짓말쟁이' 비하에 벌금형도
정치인 모욕시 일반 모욕보다 가중처벌…정치권서 손질 공감대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오른쪽)와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가 독일 베를린의 국가의회 의사당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6.08.1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한민아 수습기자 = 독일에서 정치인을 모욕한 경우 일반적인 모욕에 비해 가중처벌하는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17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법을 완전히 폐지할지, 지방 정치인에게만 적용하도록 범위를 좁힐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폴리티코가 독일 연방하원에 진출한 각 정당의 의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정치권 전반에서 형법 제188조의 개정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피노키오'나 '거짓말쟁이 프리츠'라는 멸칭으로 부른 시민들이 잇따라 수사나 처벌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지난 2월 독일 남서부에 사는 66세 남성은 메르츠 총리 방문을 알리는 경찰 페이스북 게시물에 "피노키오가 온다"고 댓글을 달았다가 수사를 받았다. 수사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된 뒤 기소중지 처리됐다. 메르츠 총리를 '거짓말쟁이 프리츠'라고 부른 또 다른 남성은 벌금형을 받았다.

독일 형법 제188조는 정치인의 공적 역할과 관련한 모욕이 업무 수행을 심각하게 방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적용된다. 정치인을 모욕하면 최대 징역 3년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며 명예훼손이나 악의적인 비방에는 더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

이 조항은 1951년부터 존재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정부 시절인 2021년 우익 극단주의와 혐오 표현에 대응하기 위해 강화했다. 2019년 메르켈 정부의 난민 정책을 지지했던 기독민주당(CDU·기민당) 정치인 발터 뤼브케가 극우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되고,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지방 정치인을 겨냥한 언어·물리적 공격이 이어진 것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반 시민들이 정치인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형사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 법이 지나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민당과 사회민주당(SPD·사민당), 녹색당은 형법 제188조를 폐지하기보다는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민당과 녹색당에서는 적용 대상을 지방 정치인으로 좁히는 방안이 제시됐다.

독일 각 주 법무장관들도 지난 6월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을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로 좁힐 것을 촉구했다.

반면 좌파당과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형법 제188조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좌파당의 루크 호스 의원은 이 조항이 "정치인에게만 적용되는 특별한 형사범죄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법의 실제 개정 시점은 불투명하다. 집권당인 기민당과 야당 녹색당은 현재 여름 휴회 이후 법 개정을 추진할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 AfD가 제출한 폐지 법안은 주류 정당의 협력 거부로 연방하원에서 부결됐다.

lin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