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보기관, 외국 해커에 '맞대응' 가능해진다

BND·BfV 권한 확대 법안 내각 승인…"안보구조 혁명"

독일 연방정보국(BND) 로고와 독일 국기 일러스트. 2025.5.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독일 정부가 정보기관에 외국 해커의 정보기술(IT) 시스템에 직접 침투하고 공격 인프라를 교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내각은 이날 해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과 국내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독일 정보기관들은 정보 수집·분석을 넘어 사이버·하이브리드 공격을 직접 저지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공격자의 IT 시스템에 침투해 데이터를 복사·삭제하고, 외국 정부가 사이버 작전에 사용하는 장비·프로그램을 무력화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공격 인프라 자체를 교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로이터는 "정보기관이 공격에 사용될 수 있는 폭발물을 몰래 무력화해 감시 작전을 계속하는 식의 물리적 개입을 허용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독일의 안보 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정보기관을 진정한 비밀정보기관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보기관의 권한은 그동안 영국·프랑스·미국 등 주요 동맹국과 비교해 제한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정권의 비밀경찰과 감시 체제에 대한 반성 속에 정보기관이 시민을 광범위하게 감시하거나 적극적인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강한 법적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이란 등 외국 세력의 사이버 공격과 사보타주, 허위 정보 유포 등 이른바 하이브리드 위협이 늘면서 최근 독일 내에선 정보기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니나 바르켄 독일 총리실장은 독일이 외국 세력의 하이브리드 공격으로부터 "실질적이고 매우 급박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안보를 동맹국 정보기관에 계속 의존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정보기관인 BfV까지 광범위한 권한을 갖게 되는 데 대해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야당인 녹색당의 콘스탄틴 폰 노츠 의원은 외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BND 권한을 강화할 필요성엔 동의하면서도 BfV에 비슷한 권한을 주는 것은 "법치주의 측면에서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독일 정부는 정보기관의 권한 확대와 함께 외부 감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새 법안엔 현재 BND의 통신정보 활동을 감시하는 독립통제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보기관 활동에 대한 감독 체계를 일원화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