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료난 다시 악화…"남부~극동 전역서 휘발유 대기줄"

우크라 정유시설 공격 여파에 여름철 수요 증가·물류 차질 겹쳐

우크라이나의 보급로 공격으로 러시아 당국이 연료 판매를 제한한 가운데 지난 6월 3일(현지시간) 러시아 점령지 크림반도의 휴양 도시 옙파토리야의 한 주유소에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26.06.0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우크라이나의 잇단 정유시설 공격 등으로 촉발된 러시아의 연료난이 한동안 완화 조짐을 보인 뒤 다시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친정부 보수 성향 매체 '차리그라드'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여러 지역에서 자동차 연료 부족 사태가 다시 나타나며 '2차 연료난'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SNS) 이용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휘발유 부족은 남부 크라스노다르주에서 극동 연해주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연료가 완전히 동났고, 다른 곳에서는 운전자들이 주유를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전문매체 BFM.RU도 칼루가주와 로스토프주, 탐보프주, 사라토프주, 펜자주, 보로네시주, 랴잔주, 울리야놉스크주, 크라스노다르주 등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부 스몰렌스크의 상황은 특히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주민들은 정상 영업 중인 주유소가 줄고 있으며, 자동차 운전자들이 많이 찾는 옥탄가 95 휘발유는 사실상 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갑자기 품귀 현상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모스크바 남쪽 툴라주에 있는 별장을 정기적으로 찾는 한 모스크바 주민도 주유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민간 주유소에만 휘발유가 남아 있었으며, 옥탄가 92와 95 휘발유 가격이 L당 120~140루블(약 2000~2400원)로 평소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남부 크라스노다르주 겔렌지크 주민은 지난 8일부터 남부 지역에서 연료난이 다시 시작됐으며, 현지 주유소의 평균 대기 시간이 1~1시간30분에 이른다고 전했다.

크라스노다르주 주도 크라스노다르와 인근 로스토프주 주도 로스토프나도누에서도 공급 차질이 발생하는 등 러시아 남부 전역에서 연료난이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 외곽에서도 휘발유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북쪽 외곽으로 이어지는 드미트롭스코예 고속도로를 따라 별장으로 향하던 한 여성은 '로스네프티' 주유소에서 옥탄가 95 휘발유를 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차리그라드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서 이번 연료 부족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러시아 전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료난이 재차 확산하자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도 11일 국내 연료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관계부처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의 정유시설 공격 등으로 지난 5~7월 심각한 연료 수급난을 겪었다.

그러다 7월 하순부터 석유제품 수출 금지와 연료 수입 확대, 생산 증대, 정유공장 정비 일정 연기 등의 정부 및 업계 조치로 시장이 부분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도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격의 초점을 대형 정유시설에서 이른바 '그림자 선단' 유조선으로 옮기면서 러시아의 연료난이 완화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지속적인 정유시설 공격으로 휘발유 생산능력이 줄어든 가운데 여름철 자동차·농업용 연료 수요 증가와 일부 지역의 물류 차질까지 겹치면서 연료난이 다시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