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오르반 비판자' 버커 前대법원장 새 대통령으로 선출
"오르반 때 견제와 균형 작동 안 돼…복수로 새 헝가리 세울 수 없어""
마자르 총리 "버커, 민주적 법치주의의 모범"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빅토르 오르반 전 헝가리 총리를 강하게 비판해 해임됐던 버커 언드라시 전 대법원장이 헝가리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이날 찬성 140표, 반대 6표로 버커의 대통령 선출안을 승인했다. 야당인 피데스당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버커는 취임 선서 후 연설에서 "오르반 전 총리가 집권했을 당시 하나의 정당이 국가를 장악했다"며 "권력 분립이 이뤄지지 않았고 견제와 균형의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 정부를 비판했다.
버커는 헝가리의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과업에서 "정의와 절제가 모두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역할은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국민 모두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한 가지가 있다. 복수 위에 새로운 헝가리를 세울 수는 없다"며 "국민들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을 활성화하고 개방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며, 헌법 제정이 다시는 특정 정치 세력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헝가리에서는 총리가 내각 구성 등 실질적인 국정운영과 행정권을 전담하며 대통령은 법안 거부권 등 제한적이고 상징적인 권한만 갖는다.
버커는 1990년 헝가리민주포럼(MDF)의 비례대표로 선출돼 의원을 지낸 뒤 1991년부터 2008년까지 유럽인권재판소 재판관으로 재직했다. 2009년 대법원장에 취임한 후 2012년 오르반 정부가 판사의 정년을 70세에서 62세로 낮추려 하자 '사법부 숙청'이라고 비판한 뒤 해임됐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오르반 전 총리의 16년 통치를 끝낸 머저르 페테르 총리는 오르반 전 총리와 피데스당이 임명하거나 선출한 인사에게 사임을 요구했는데 이번 버커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도 그에 따른 것이다.
의회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집권 여당인 티서당은 지난달 개헌을 통해 슈요크 터마시 대통령의 임기를 끝낸 뒤 버커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마자르 총리는 당시 "헝가리를 법치와 헌정의 길로 다시 이끌어야 한다"며 "버커의 삶은 민주적 법치주의와 헌법 원칙에 대한 헌신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헌을 통해 슈요크 대통령의 임기를 끝낸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권 감시단체들은 슈요크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개헌 방식이 오르반 전 총리가 스스로 비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른 체제를 구축할 때 사용한 수법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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